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두 번째 재의요구권을 지난 16일 행사했다.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재표결 절차를 거치지만,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한 상태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야 의결이 되는 만큼 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른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 제정에 속도를 붙여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이르면 이달 중 노동약자보호법 초안 완성을 목표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노동약자 지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5월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 이후다. 당시 윤 대통령은 “노동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조직 근로자들의 경우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하소연 할 곳조차 찾기 어려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법 제정을 지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약자’는 기존의 노동법 체계에서 보호 받을 수 없었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과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법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6월 말 ‘노동약자 정책 전문가 자문단’을 발족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지역순회 원탁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법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법안의 최대 관심사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조항이 어떻게 담길 것인가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 대신 노동약자보호법에 관련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영세 사업장 근로자 권익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반발이 변수다. 양대노총은 윤 대통령의 노동약자 언급 이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에 올해부터 고용부가 미조직 근로자 지원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양대노총에 지급하던 국고보조금이 끊겨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법 테두리 바깥에 있던 사각지대 근로자를 정부가 직접 보호한다고 나서지만, 노조를 일종의 특권처럼 보이도록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기존의 노동법 체계와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기존 노동법 체계인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은 적용 대상이 ‘근로자’와 ‘5인 이상 사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근로자성은 법원 판례를 통해 확정되는 것이 관행이어서,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노동약자지원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