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구당 대안으로 도입된 당원협의회(지역위원회)가 사실상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 의원간 불공정성을 심화하는 문제점 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구당 부활로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명분도 제시하고 있다.
여권에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전 위원장이 선봉에 섰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30일 지구당(지역당) 부활을 위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더불어민주당도 21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김영배 의원이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두 의원은 모두 지구당을 부활하고 후원회를 꾸려 정치자금을 모금,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불법 정치자금 폐단을 막기 위해 모금 한도를 제한했다. 윤 의원은 연간 1억5000만원, 김 의원은 연간 5000만원을 한도로 제시했다.
지구당 부활은 여야 핵심부에서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의원은 직접 개정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도 지구당 부활에 적극적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최근 총선 당선인·낙선자들을 만나 회계 감사 등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한 지구당 부활을 언급해 상당한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원과 만남에서 “지구당 부활도 과제”라며 부활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구당은 정당의 하부조직으로 사무소를 설치하고 유급직원을 둘 수 있는 법정 조직이었다. 하지만 지구당 위원장 중심 운영구조로 인한 이권 개입과 부당한 정치자금 모금 등이 문제로 제기됐고 이른바 ‘차떼기 사건’의 여파로 2004년 오세훈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됐다.
당원협의회는 임의기구로 사무소 설치가 금지되고 유급직원을 둘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활동을 위해 사무실과 인력, 활동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의기구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감독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불공정성을 심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역 의원은 지역구 사무소를 설치하고 의정보고 등 정치 활동이 가능하다. 보좌진을 지역조직에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원외당협위원장은 사무소도 직원도 둘 수 없고 후원금은 선거기간만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의 지구당 부활 언급에 대해 “오세훈 정치자금법에 의해 가지고 또 정치 개혁에 의해 가지고 이런 것들이 많이 사라져가는 과거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