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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진 무작위 선정···변별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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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진 무작위 선정···변별력 시험대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4.03.3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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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유착' 감사 반영한 '공정성 강화 방안' 적용
고3 상위권도 늘고 N수생도 증가, 의대 증원 변수도
출제위원 무작위 추첨···'체감 난이도 널뛰기' 우려돼
사교육 연관성 이의심사···잡아내면 그 문제 어찌하나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킬러문항 배제' 2년차인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입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을 비롯해 변수가 많은 환경에 공정성 문제로 출제진까지 무작위 선정하게 되면서 난이도 조절 실패의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사교육 판박이' 문제를 잡으려다 수능 공정성까지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 이의심사 과정에서 사교육과 연관된 문제라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됐기 때문인데, '모두 정답' 처리할 지도 미지수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앞서 28일 올해 수능 시행기본계획 브리핑에서 "지난해 일부 과목이 어려웠다는 평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수능 출제 기조, 특히 난이도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매년 이맘때 평가원장의 말은 매우 원론적 수준에 머문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쉽게 내겠다'는 의도를 이례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육 당국이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적정 변별력을 갖췄다고 자평했던 지난해 수능은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란 평가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만점자는 단 1명이었고, 이 1명은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풀 수 있는 수능을 내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사교육 카르텔' 세무조사를 받았던 유명학원 출신 재수생이었다.

문제는 수능 난이도는 평소에도 평가원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능은 상대평가다. 객관적으로 쉽게 냈더라도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면 만점자 표준점수는 치솟고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확대의 여파 속 수험생의 특성도 예년과 무척 다르다. 의대 증원이 예고되면서 N수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올해는 고3마저 상위권 규모가 늘어날 분위기다.

올해 고3은 41만5183명으로 학생 수 감소 흐름 속에서 이례적으로 지난해보다 5.1% 증가했다. 내신과 수능은 모두 1등급이 수험생 전체 4%로 고정돼 있어서 학생 수가 늘어나면 상위권 수는 비례해서 늘어난다.

이처럼 출제에 어려움이 많은 시기에 평가원은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의 '사교육 판박이' 의혹이 지적되면서 나온 '공정성 강화 방안' 때문이다.

이 대책에 따라 평가원은 사전에 국세청 자료까지 받아서 검증을 거친 뒤 사교육 업체와 연관성 없는 인사들을 모아 후보 명단(풀)을 구성한다. 그 안에서 무작위로 전산 추첨해 출제위원 후보를 정한다. 추천을 몇 배수로 할 지 그 규모까지도 전산 추첨으로 정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출제가 잘 될까"라며 "출제진의 팀워크도 문제고, 무작위로 선정했을 때 만약 출제 경력이 짧은 위원들이 투입되면 수능 난이도가 널 뛰듯 할 수 있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어느 영역에서 난이도 조정을 할 지가 문제"라며 "상황에 따라 의도하지 않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물수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수능이 끝나고 이뤄지는 이의신청을 통해 출제됐던 문제가 사교육 업체 문제지에 나왔던 문제와 유사하면 현직 교사들이 검토를 거치기로 한 점도 우려를 산다.

물론 출제위원이 사교육 업체와 유착해 수능 출제에 관여한다면 중대한 범죄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그 신고를 수험생들에게 떠맡긴 꼴이라 자칫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설령 이의심사 결과 연관성이 드러났다고 해도 대처가 불분명하다. 교육부는 '모두 정답' 처리 여부에 즉답을 피하고 있다.

임 대표는 "현재 수능 출제오류는 문항에 대한 '모두 정답' 처리 등으로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지만 공정성 문제가 비화될 경우 해당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논란이 된 문제 처리 방식을 두고)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장도 "문제가 사교육과 유사하다고 해서 어떤 수험생 집단에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말은 쉬운데 과연 (대처가) 쉬울까"라고 했다.

결국 첫 시험대인 6월 모의평가부터 난이도 널뛰기가 발생할 경우 올해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임 대표는 "이미 무전공 선발로 인한 학과별 모집정원 변화, 의대 모집 정원 확대에 따른 합격선 변동 정도, 반수생 유입정도 등 대입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은 그 어느 해에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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