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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줄사직…"수술 일정 계속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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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줄사직…"수술 일정 계속 밀려"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4.03.26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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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 3000여명 줄사직 현실화
"할 수 있는 건 의사·정부 믿는 것밖엔"
▲ 전공의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치가 심화하고 있는 24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뉴시스
▲ 전공의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치가 심화하고 있는 24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뉴시스

전공의 복귀와 의대 2000명 증원 철회 등을 요구하는 전국 의대 교수 3000여명의 줄사직이 현실화하면서,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하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하는 등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자, 갈등 해결에 희망을 품는다면서도 하루빨리 타협을 통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26일 고려대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울산대 의대 교수·연세대 의대 등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전날(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의대 교수들이 소속된 병원 중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은 3곳이 포함됐다.

특히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하기로 하고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교수들은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는 이른바 '52시간 준법 투쟁'을 시작하고, 내달 1일부터는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진료 공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수술·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가득한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70대 여성 원모씨는 췌장암과 백내장을 앓고 있어 수술이 필요하지만 전공의에 이어 교수까지 사직을 결의하면서 수술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원씨는 "지난 8일에 눈 수술이 예약돼 있었는데 의사 파업 때문에 계속 미뤄져서 아직도 못하는 중이다. 췌장암 때문에 온몸이 아픈데 눈도 하나도 안 보여서 아프고 힘든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나는 진짜 아픈 사람이라 약도 제때 처방받고 교수도 만나서 얘기도 듣고 해야 한다"며 "나이도 들고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교수가 없으면 안 된다. 교수까지 떠난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만 된다"고 말했다.

담낭암 말기 환자인 권남순(66)씨도 "지난 14일에 수술을 하기로 했었는데 의료 파업 때문에 취소됐다가 5월2일로 다시 수술 날짜를 배정받았다"며 "원래 14일에 해야 하는 수술이었는데 한 달 이상 더 늦춰지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항암치료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한다고 하니까 그나마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되고 불안하다"며 "제발 죽어가는 환자들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대화 협의체 구성 등을 제의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서울대 의대를 찾아 의료계 주요 인사들과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환자들은 의정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당뇨병으로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고해원(68)씨도 "결국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 그 피해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 정부 등 대한민국 모두에게 미치게 된다"며 "정부가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니까 그나마 희망을 가져본다. 이런 때 서로 대화의 장을 열어 타협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뇨병 환자인 70대 여성 김모씨도 "아직까지는 교수들이 병원에 남아있어 처방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의사들과 정부가 잘 해결하기를 믿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정부가 조금 물러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서로 타협해서 이 대란을 하루속히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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