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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수술·일상 당직도 차질" 광주 대학병원 교수들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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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수술·일상 당직도 차질" 광주 대학병원 교수들 '초조'
  • 뉴시스
  • 승인 2024.02.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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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 8일째 대학병원서 어려움 가중
현장 복귀 가능성에는 "정부에 불신…시간걸릴 듯"
▲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 복도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 복도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할 수 있는게 크게 줄었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난지 8일째를 맞는 27일 광주지역 대학병원 교수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장 상황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정부를 향해 갖는 불신 또한 커진 탓에 현업 복귀가 낙관적이지 않다고도 설명한다.

광주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A교수는 전공의 집단 행동 이후 분만과 같은 시급한 진료 과정에서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곳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집단행동 이후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속출, 현재 기존 인력 대비 불과 10%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부인과는 고정 인력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수의 산모를 돌봐야 하는데,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대학병원만이 할 수 있는 진료에 차질이 불거졌다.

특히 대학병원 산부인과 특성상 2차 병원을 거쳐 이곳으로 전원되는 산모들은 임신중독 등 급박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

최소 기존 인력 대비 30%가 각자의 위치를 지켜야 위급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재적소 대응이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내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1~2차 병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잇따라 업무 하중이 늘어난 상황에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를 맞았다.

A교수는 "개인병원이 처리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만을 맞는 대학병원 특성상 인력 부족은 태아와 산모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라며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부터 심각했던 산부인과의 운영 애로사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광주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B교수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곳은 과내 모든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탓에 오는 3월부터는 전문의 위주 진료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심장과 신장 등 중요 장기를 다친 환자가 아닌 이상 할 수 없이 2차 병원으로 전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공의들이 빠진 당직 자리를 젊은 교수들이 서면서 진료 외 부대 업무 하중도 격해지고 있다.

오는 29일까지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지만 아직까지 현업으로 복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과내 전공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B교수는 "교수들이 나서 문제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전국적 사안으로 번졌다. 일선 대학병원 내 교수협의체가 해결할 수 있는 경우를 넘어서버렸다"며 "전공의들이 정부에 큰 불신을 갖고 있어 현업 복귀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전문의들의 잇단 고충 호소에 당국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문의, 전임의 중심으로 일부 수술 일정 재조정은 있지만 응급 위중증 환자 진료는 계속되고 있다. 관건은 전임의와 인턴의 임용 포기가 가시화되는 이달 말과 3월 초다. 의료진 번아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탈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남대병원 본·분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319명 중 27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출근하지 않거나 급한 업무만 처리하는 등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보건복지부가 현장 점검을 벌인 본원에서만 전날 기준 업무 복귀명령 불이행 전공의는 112명이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06명이 복귀명령 불이행 대상자로 최종 확정됐으며 이들 모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핵심 인력 중 하나인 전임의들도 속속 병원을 떠나겠다고 나섰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숙련도가 높은 전임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비상진료 체계의 일선을 지탱해 온 핵심 인력이다.

조선대병원에서는 근무 중인 전임의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했다. 재임용 포기 의사를 번복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다음 달인 3월부터 병원을 떠난다.

전남대병원 역시 오는 29일까지 전임의들에게 재계약 의사를 확인하는데 상당수는 다시 계약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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