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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故방영환씨 발인…"이제 투쟁은 산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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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故방영환씨 발인…"이제 투쟁은 산자의 몫"
  • 뉴시스
  • 승인 2024.02.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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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서 발인 엄수
"아버지 이제야 보내드려…책임자 처벌"
체불항의·완전월급제 1인시위 중 분신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 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뉴시스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 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뉴시스

"계속 냉동고에 계셨던 아버지를 이제야 보내드려 마음이 아프면서도 시원섭섭합니다"

택시 완전월급제 등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씨의 발인이 27일 엄수됐다. 지난해 10월6일 고인이 사망한 지 144일 만이다.

방씨 딸인 희원(32)씨는 이날 오전 8시께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발인제를 지켜봤다. 이따금 영정 사진 속 아버지를 응시하는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양규원 공동장례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방영환 열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열사가 외쳤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장례를 치르는 것에 대해 열사에게는 면목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동대책위원회와 가족은 오랜 숙의 끝에 방 열사의 시신을 더 이상 냉동고에 둘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참담한 고통과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난 방영환 열사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은 산 자들의 몫으로 남기시고 억압과 착취가 없는 해방된 세상에서 고이 잠드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빨간색 조끼를 입고 '열사 정신 계승'이라 적힌 머리띠를 두른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방씨의 영정 앞에서 수 차례 절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후 동료 조합원들은 방씨의 영정과 위패를 앞세워 그의 관을 운구차까지 옮겼다. 방씨의 관을 옮기는 동안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부친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순간 희원씨는 관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이 슬피 우는 희원씨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희원씨는 발인 뒤 "냉동고에 계셨던 아버지를 이제야 보내드려 시원섭섭하고 아쉽기도 하다"며 "아직 아버지가 원했던 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슬프다. 아직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신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도 눈물을 흘리며 "열사는 보면 멀리서도 쫓아와서 반갑게 인사하는 그런 밝은 사람이었다"며 "열사가 숨진 지 144일만에 발인된 건데 사과도 못 받고 이렇게 보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향후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택시 완전 월급제 관련 투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에 투쟁 일정을 논의해서 해성운수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끝까지 투쟁해서 열사의 유지를 받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방씨의 장례는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관해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지난 25일부터 3일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발인 뒤 오전 10시께부터 유족과 장례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시청으로 행진한다. 이어 오전 11시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영결식이, 오후 1시에는 방씨가 다녔던 해성운수 앞에서 노제가 각각 진행된다.

장지는 전태일 열사 등이 안장돼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이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인 방씨는 추석 연휴 이틀 전인 지난해 9월26일 오전 8시30분께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지난해 10월6일 오전 6시18분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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