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품을 받고 문화재 수리업체에 자격증을 대여한 문화재 보수·단청 기술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숭례문 복원공사 단청을 맡았던 홍모(58·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 전 문화재청 과장 김모(66)씨, 전 문화재 수리기술자격시험 출제위원 곽모(54)씨 등 15명을 자격증 대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자격증을 대여 받아 단청 기술자와 문화재 수리업체로 등록한 문화재보수 건설업체 대표 1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 단청장은 지난해 7월22일 전북 군산시 소재 문화재 수리업체인 A종합건설사로부터 선불금 1500만원과 매월 110만원을 받는 등 2010년 2월 10일부터 최근까지 3개 업체에 단청 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해 총 378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씨와 곽씨 등 15명도 문화재수리업체로부터 매년 1100만~3500만원의 금품을 받고 단청·조경 및 보수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자격증을 대여해준 기술자 중에는 홍 단청장의 부인과 딸을 비롯해 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문화재 관련 협회 이사, 대학 교수, 화가, 회사원 등 문화재관리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경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19개 업체들이 공사한 문화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문화재는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등 국보 8개소를 비롯해 보물 39개소, 사적지 38개소, 중요 민속문화재 10개소, 천연기념물 사적 9개소, 전통사찰 6개소, 도지정문화재 10개소 등 155개소다.
문화재수리업체들이 공사를 발주받기 위해선 문화재 보수 기술자 2명, 단청 기술자 1명을 포함해 보수·단청 분야 기술자 4명을 보유해야 한다. 경찰은 업체들이 등록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대여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매년 수천만원씩 하는 자격증 대여 비용을 충당키 위해 문화재 공사시 질이 떨어지는 원재료를 사용하는 등 숭례문 복원 공사처럼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고 있어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며 "전국의 문화재 수리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