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 낙포부두 기름 유출 사고의 방제작업이 3일째 이어지는 등 해경과 여수시가 기름 유출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기름 유출량과 피해규모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사고 직후 업체가 유출된 기름 양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께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W호(16만여t급)가 여수 한 석유업체의 송유관을 들이받았다.
이 유조선은 지난해 12월9일 영국 하운드포인트항에서 원유 27만8584t을 싣고 출항해 지난달 30일 오전 6시30분께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동쪽에 정박했다.
이후 31일 오전 8시15분께 도선사 2명을 태운 뒤 접안선 4대의 도움을 받아 여수시 낙포각 원유 2부두에 접안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유조선이 정상 항로에서 왼쪽으로 약 30도 가량 벗어나 부두로 돌진해 송유관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곧바로 송유관을 잇는 밸브를 잠갔지만 파손된 배관 3곳에 남아있던 기름이 유출돼 바다로 흘러나갔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5분께 신고를 접수한 여수해경은 현장에 방제정 등 16척과 헬기 1대를 동원해 긴급 방제 작업에 나섰다. 여수해양항만청의 방제정과 민간 선박 등 40여척도 현장에 출동해 방제작업을 벌였다.
이날도 사고지점인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와 피해 지역인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앞 등지에는 경비함정과 방제정 60척과 관공선, 해군 고속정, 민간 선박 등 모두 200여 척이 투입됐다.
해경은 울산, 부산, 통영, 창원, 완도, 목포, 군산, 제주해경 방제정과 3000t급 경비함정 등 40여 척을 추가 투입했다.
해경 기동방제단과 지자체 직원 등 950명도 해안가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남경찰청 지휘부 40여명·제1기동대·광주경찰청 129중대원 등 200여명도 방제 작업에 투입됐다.
마을주민과 시청 공무원 등 350여명은 마을 방파제와 신덕해수욕장, 모사금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 붙은 기름을 부직포와 걸레로 닦아내고 있다.
또 이날 오후 1시 현재 조류를 타고 기름이 광양과 경남 남해군 앞 바다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제정 11척을 집중 투입했다.
사고 석유업체와 여수시는 사고 직후 송유관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이 드럼통 4개 분량인 800여ℓ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조선에서는 기름이 유출되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유출된 기름은 조류를 타고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길이 4㎞, 폭 1㎞에 이르는 해상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굵은 기름띠는 3일간의 방제작업으로 대부분 제거됐지만 엷은 기름막의 경우 사고 지점에서 20㎞가량 떨어진 한려해상 국립공원 오동도 주변까지 확산됐다.
또 광양 컨테이너부두, 광양제철소 원료부두 등지에서도 얇은 기름띠가 드러난데 이어 경남 남해시 남해대교 부근에서도 여수에서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 기름띠가 발견되는 등 피해 범위가 수십㎞ 밖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피해는 사고 현장에서 2㎞ 가량 떨어진 신덕마을에 집중됐다.
260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는 신덕마을에서는 128㏊의 공동 어업구역에서 바지락과 톳, 미역 등을 양식하고 있는데 이번 원유 유출로 20㏊ 가량이 오염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석유업체는 당시 "송유관의 길이와 지름 등을 추산한 결과 800여ℓ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20㎞ 넘게 엷은 기름띠가 퍼졌는데 유출된 양이 드럼통 4개 분량이라면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해경은 파손된 송유관의 지름이 각각 36인치, 30인치, 18인치인 점과 유조선이 부딪쳐 파손된 지점부터 배관을 잠글 수 있는 밸브까지의 거리가 100여m에 달한 점으로 미뤄 송유관의 용적이 13만ℓ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송유관에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면 10만ℓ가 넘는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또 파손된 3개의 송유관 중 2개 관은 수동으로 밸브를 잠그는 구조로 돼 있어 밸브를 모두 잠그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적어도 업체측이 추정한 800여ℓ 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석유업체와 해경 측은 "정확한 유출 계산에 어려움이 있다"며 "방제가 끝나는 대로 유출량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늦장 신고와 더딘 사고 후속 조치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석유업체 측은 사고 당일 "오전 9시35분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10시5분께, 30분이 지나서야 신고 조치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경 등의 방재작업이 늦어지면서 기름이 훨씬 넓은 범위까지 유출됐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사고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다소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해경은 현재 유조선 선장 김모(38)씨 및 관계자와 유조선에 탔던 도선사, 석유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과 기름 유출량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는 접안선 4대의 도움을 받아 부두에 접안하려던 유조선이 정상 항로를 이탈한 원인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두에 다가서던 유조선이 적절한 시점에 속도를 줄이지 못해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유조선이 정상 항로를 이탈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사고 지침이 마련돼 있는지와 사고 당시 이 같은 지침이 지켜졌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법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대상자들을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유출된 기름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기름 유출량과 원인도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3일 오전 10시 여수해경 2층 중회의실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