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의식을 잃어가고 있어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21일 오후 개천에 빠진 초등생을 구하기 위해 얼음물 속에 뛰어든 정나미(27·여)씨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과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혼자 운동 겸 산책을 나왔는데 멀리서 허우적대는 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며 "뱃속의 아이가 떠올랐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더 지체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아 곧바로 물 속에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사는 정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어김 없이 혼자 집에서 나와 걸어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용인공설운동장에 왔다.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임신 23주차인 요즘도 매일 2시간 이상씩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 그의 눈에 물에 빠진 김모(10)군의 모습이 보였고 정신 없이 뛰어가 상황을 살폈다.
주변에 있던 시민으로부터 '119에 신고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정씨는 얼음이 깨진 경안천에 뛰어들어 5~6m를 헤엄쳐 필사적으로 김군을 안고 물밖으로 나왔다.
물이 워낙 탁해 뛰어들기 전까지 물의 깊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어른허리 깊이로 큰 어려움 없이 김군을 구할 수 있었다.
정씨는 "어릴 적 수영을 배운 것이 (빠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갑자기 이렇게 화제가 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새댁이다. 중·고교시절에는 학교 배구부에서 활동할 정도로 평소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정씨는 "남편은 물론 시댁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면서도 가족들에게 오히려 미안해 했다.
김군은 현재 용인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약간의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23일 정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