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오리고기 등을 파는 식당으로 불똥이 튀었다.
오리고기는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식당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져 업주들은 울상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북 고창, 부안 등에서 들어온 AI 의심 신고 중 3건이 H5N8형 AI로 확진됐다. 지난 주말 전북 동림저수지에서 발견된 가창오리떼 폐사도 같은 원인으로 판명됐다.
정부 당국은 AI가 발생한 호남 지역에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내리고 수 십만 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AI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덩달아 관련 업계도 비상이다. 특히 오리고기 식당은 손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 업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손님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식당 주인들도 AI 확산 추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 오리고기 식당 종업원 장모(49·여)씨는 "오후 5시까지 손님이 평소 절반도 안 되는 10여명 밖에 다녀가지 않았다"며 "저녁에도 식당이 가득 찰 정도로 예약을 받았는데 오늘은 한 팀밖에 예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일본 방사능 논란 때 사람들이 회를 외면한 것처럼 '안 좋은 것은 잠시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악재가 겹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오리고기 식당 사장 김모(48)씨는 "뉴스를 보고 사람들이 안 오는 것 같다"며 "아무리 익혀먹으면 괜찮다고 해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한 번 생기면 한동안은 장사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평소에는 저녁 식사를 하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는데 10명 안팎의 단체 예약도 항상 1~2건은 있었다"면서 "오늘 저녁 식사 시간대에는 한 명도 찾지 않았고, 내일이나 모레 예약 역시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리고기 식당 사장은 "손님이 평소보다 약간 줄기는 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조류독감 뉴스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발병한 H5N8형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AI 발생 위험성이 높은 지역 내 닭·오리 등은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살처분 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I에 감염된 가금류는 털이 빠지지 않고 검붉게 굳으며 죽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만약 AI에 감염된 오리라고 해도 75도 이상에서 5분만 익히면 세균이 모두 죽기 때문에 요리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0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중국·이집트 등지에서 AI 인체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이번 AI와는 다른 종류였고, 고기를 먹어서 감염된 사례도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발표에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과 닭·오리고기나 계란 등을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는 입장이 교차했다.
주부 이민수(51)씨는 "아이들이 오리고기를 좋아해 같이 먹으러 오긴 했지만 먹기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오리고기가 영양가가 높다고 생각해 가족들과 자주 먹었다. AI가 얼른 잠잠해지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학생 최태석(24)씨는 "고기를 익혀먹으면 괜찮다고 들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람에게 AI가 전염된 사례도 없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