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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어디 갈까…백암온천과 대게·월출산 온천과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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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어디 갈까…백암온천과 대게·월출산 온천과 낙지
  • 손정빈 기자
  • 승인 2014.01.1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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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연휴 풍경이 몇 년 새 많이 달라졌다. 주차장으로 변하는 고속도로가 싫어 고향을 찾지 않는 이들이 늘었다. 고향이 서울인 사람도 많다. 설 당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점과 가게는 문을 연다. 설에도 친지들과 만나지 않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모처럼의 연휴를 집에서 ‘설연휴 특집 TV프로그램’이나 보며 흘려 보내는 남녀가 낯설지 않다. 모처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 날이 추워서 나가기 싫다? 그렇다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어떤가. 온천에서 말이다. 설연휴를 온천에 몸을 담그고 나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간으로 만들어보자.

◇온천수에 몸이 녹고 대게 살에 마음이 동하네, 울진 백암온천과 대게

울진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다. 겨울에는 더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 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울진의 맛과 멋 때문이다. 백암온천과 덕구온천, 큰 온천 단지가 두 곳이니 겨울 여행은 온천욕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특히 백암온천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몸을 휘감는 온천수가 먼 길 달려온 여행자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사슴을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백암온천의 유래도 재미있다. 신라 때 어느 사냥꾼이 자신이 쏜 화살을 맞은 사슴이 어느덧 상처를 치유하고 도망가기에 그 자리를 살펴보니 뜨거운 물이 샘솟더라는 것이다. 1610년 판중추부사 기자헌이 풍질을 치료하기 위해 평해 땅에 있는 온천에서 목욕하기를 청하니 광해군이 잘 다녀오라며 휴가를 줬다는 기록도 있다.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용출 시 온도가 53도나 되기 때문에 데울 필요가 없다. 불소, 수산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돼 만성 피부염, 자궁 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천식에 효과가 있다. 뜨거운 탕에 푹 담그고 있노라면 찬 바람에 웅크린 몸이 풀린다. 온천 성분 덕분에 보들보들해진 피부는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될 정도다.

백암온천특구에는 여러 온천 시설이 있는데, 대부분 온천탕을 겸비한 숙박 시설이다. 노천탕을 갖춘 곳이 없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노천탕 대신 족욕은 어떨까? 한화리조트 건물 오른쪽 뒤로 돌아가면 온천학습관이 나온다. 마당에 온천수가 약수처럼 솟아오르는데 그 자리에서 마실 수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가져갈 수도 있다. 원천 옆으로 아담한 족탕이 있다.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라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따뜻한 탕에 발을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발이 따뜻해서 그런지 겨울바람도 견딜 만하다. 아이들은 바지를 적시기 쉬우므로 수건과 여벌 옷을 챙겨야 한다.

겨울철 별미, 대게를 만나러 후포항으로 향한다. 먼저 후포항 여객선터미널 2층에 자리한 울진대게·붉은대게 홍보 전시관을 찾는다. 대게와 붉은 대게(홍게)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옛사람들이 대게를 잡는 모습, 대게잡이 어선, 대게의 종류, 대게와 붉은 대게 구별법, 대게 맛있게 먹는 법, 싱싱한 대게 고르는 법 등 다양한 정보가 알아보기 쉽게 전시됐다. 대게 퍼즐, 어선 조립, 대게 스탬프 등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도 흥미롭다. 전시관 위층 전망대에 오르면 후포항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후포 어시장은 대게를 맛보러 온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대게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쪄주는데, 이때 성급하면 안 된다. 살아 있는 게를 바로 찜 솥에 넣으면 다리가 툭툭 끊어진다. 미지근한 물에 넣고 움직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 쪄야 다리가 온전히 붙은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대게 외에 활어와 다양한 건어물도 넘쳐난다.

대게는 찜이 가장 좋은데, 달달하면서 짭조름하고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딱딱한 갑옷 속에 달콤한 속살의 비밀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라 먹는 것이 귀찮아 게 요리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요령만 알면 쉽다. 마디 옆 부분을 가위로 살짝 자른 다음 꺾어서 살살 당기면 속살이 잘 나온다. 끊어진 경우 젓가락보다는 다리 끄트머리를 잘라서 밀어 넣는 게 효과적이다. 게 내장은 바로 먹어도 감칠맛이 일품이지만,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어 볶음밥을 하면 아이들 입맛에 잘 맞는다. 어시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백암회센터에 대게와 활어 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후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거일마을이 나온다. 지명이 ‘게 알’에서 나왔을 정도로 예부터 이름난 대게 집산지다. 울진 대게 유래비와 황금 대게 조형물이 바닷가에 설치돼 인상적이다.

도로변에 설치된 작은 기둥이나 모래밭의 나무 기둥은 울진의 또 다른 명물 오징어를 건조하기 위한 것이다. 종횡으로 늘어선 건조대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오징어 수만 마리를 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다. 건조 오징어는 1주 정도, 반건조 오징어는 2~3일 말린다. 해풍에 잘 마른 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옛 선비들이 꼭 가보고자 한 관동팔경 가운데 월송정과 망양정이 울진에 있다. 고려 때 지어진 월송정은 정자에서 굽어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월송정으로 이어진 길 주위에 펼쳐진 솔밭이 큰 보물이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망양정은 보수공사 중이라 누각은 볼 수 없지만, 바로 옆에 자리한 해맞이공원에서 일출과 바다 전망을 즐기기에 좋다. 망양정 해변의 거북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아쿠아리움, 곤충 여행, 친환경 농업관, 아이스링크 등이 한 군데 모인 울진엑스포공원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칼바람 잊게 하는 힐링 천국, 영암 월출산 온천과 독천 낙지마을

수은주가 영하를 가리킨다고 방 안에 움츠리고 있으면 몸은 더 무겁고 나른해진다. 활동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야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이야 밖에 있지만, 몸은 따뜻한 걸 원한다. 이런 때 건강 에너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가 영암이다. 그곳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줄 월출산 온천과 쇠한 기력을 찾아줄 낙지 요리가 있다.

소백산맥의 끝자락을 장식한 월출산 아래 물 좋기로 소문난 월출산 온천이 자리한다. 온천의 상큼한 맛은 피부가 먼저 아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월출산 온천은 일단 합격점이다. 월출산 암반대의 주요 구성 암석인 홍색장석 화강암(맥반석)을 수원으로 해 ‘맥반석 온천수’로 통칭된다. 맥반석은 흡착·정화 성질이 강해서 온천수의 유해물과 오염물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피로 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수질은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각종 미네랄 성분과 용존 산소량, 원적외선 방사량이 풍부하다. 신체에 부담이 적고 게르마늄, 나트륨, 유황, 미네랄을 함유해 피로 회복, 신경통, 류머티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무좀 등에 좋다.

월출산온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는 매그넘탕이다. 다양한 수중 안마장치가 부착돼 어깨가 결리거나 몸이 찌뿌듯한 사람에게 제격이다. 뜨거운 물속에서 강한 기포가 마사지 효과를 일으켜 굳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 레저 개념으로 조성된 유수기류탕도 인기다.

온천욕이 몸에 이롭다고 해도 알아두어야 할 상식이 있다. 먼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식사하고 한 시간쯤 지나 10~15분 입욕했다가 30~60분 푹 쉬는 것이 좋다. 탕에 너무 오래 있거나 하루 4회 이상 온천욕을 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때수건으로 힘껏 미는 것은 피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니 피한다.

온천욕으로 몸이 개운해졌다면 독천 낙지마을에 가서 원기를 돋운다. 40여년 전만 해도 학산면 독천리는 갯마을이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갯벌이 사라지고 낙지도 자취를 감췄지만, 낙지 전문점 30여곳이 영암 낙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낙지 골목의 대표 음식은 갈낙탕이다. 쇠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이는 음식으로, 연포탕과 갈비탕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우시장이 열려 쇠갈비를 구하기 쉬웠기에 갈비탕에 낙지를 넣고 끓였는데,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더란다. 쫄깃한 낙지를 씹는 재미와 갈비를 뜯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도 인기다. 채소를 넣고 말갛게 끓인 연포탕은 낙지의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데치듯이 끓인다. 낙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산 낙지를 선호한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기름소금 바른 낙지를 통째로 먹는다. 입안에서 꿈틀대는 낙지의 차진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낙지를 데쳐서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친 낙지초무침은 새콤해서 산 낙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다. 낙지초무침 양념에 참기름, 김 가루를 뿌려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오징어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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