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의 대화협의체 논의 안건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포함시켰다.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억제하고 동네 의원을 안정화할 개선책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기타 의료제도 안건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명시했다고 16일 발혔다.
의사들의 이례적인 집단 행동을 놓고 의료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대가) 인상을 위한 실력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정부의 의료 분야 규제 완화 방침에 반기를 든 기저에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 유기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의사인력과 환자 쏠림현상이 생기면서 1차 의료기관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면 자본력 있는 대형병원의 파이만 커져 의료기관의 양극화와 영리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과적으로 의료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확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는 종별을 망라한 의료기관 간의 무한경쟁을 불러일으켜 병상 증설, 고가의료장비 도입 등의 양적 확대를 양산해 의료비 상승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부도 의료규제 완화 방안과 함께 동네의원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1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의협에 제한한 바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불완전성을 공감하는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989년 7월 전 국민의료보험 확대 실시와 더불어 도입됐다. 의료기관의 기능구분, 단계적 진료체계의 확립을 위해 1차 진료(중진료권, 시군단위)의 경우 환자들은 중진료권 내 모든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하고 중진료권 2, 3차 진료(대진료권, 도 단위)의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1998년 규제개혁 차원에서 진료권제도는 폐지됐고, 1단계 요양급여와 2단계 요양급여로 구분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전액 환자 부담으로 하고 약제비를 올리는 등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여전히 대형병원에는 타 지역 환자와 경증환자가 넘쳐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의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모든 병원들의 타지역 진료비 비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서울아산 등 빅5병원의 응급실 과밀화가 평균 14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데도 응급실 환자의 질병 1위는 암, 3위가 감기로 상급병원 응급실이 암환자 입원대기용이나 경증환자 진료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의료기관 종별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고 그 기능이 중복돼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의료기관간의 기능 확립,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도 향상과 건강수준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