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 기성용(25)의 맹활약에 지동원(23)이 2경기 연속 '돌아온 남자'가 되면서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선더랜드의 캐피털원컵 결승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9일 오전 4시45분부터에서 홈에서 치러질 4강 1차전(2차전 23일) 상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7위인 맨유는 6일 오전 1시30분 홈에서 가진 13위의 약팀 스완지시티와의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1-2로 패배, 조기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특히 이 경기에서 베테랑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6)가 후반 31분께 그라운드를 떠나야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은 물론, 그를 대신해 투입된 파비우 다 실바(24)는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을 당해 앞으로 최소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앞서 로빈 판 페르시(31)·웨인 루니(29) 등 특급 공격수들이 줄 부상을 당해 '창'이 고장난 상태에서 이제는 '방패'까지 망가진 셈이다.
반면 선더랜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새벽 EPL 3위의 강팀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2-1로 역전승해 4강에 오른 데 이어 26일 자정에 가진 5위 에버턴과의 EPL 18라운드에서는 1-0 승리를 거뒀다. 29일 새벽 17위 카디프시티와의 EPL 19라운드에서는 2-0으로 뒤져 있다가 후반 38분과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2골을 잇따라 넣으며 2-2 무승부의 쾌거를 일궈냈다.
새해 첫 경기로 1일 자정 치러진 11위 아스톤 빌라와의 EPL 20라운드에서는 0-1로 덜미를 잡혀 3연승에는 실패했지만 경기 내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꼴찌의 반란'을 이어가는데 성공했고, 5일 오후 11시 홈에서 열린 챔피언십(2부 리그)의 칼라일 유나이티드와의 FA컵 64강전에서는 3-1로 크게 승리해 다시 기세를 높였다.
물론 선더랜드에 맨유는 분명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단순히 EPL 순위나 객관적인 전력 문제 만이 아니다.
데이비드 모예스(51) 감독이 알렉스 퍼거슨(73)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 받은 2013~2014시즌 들어 맨유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FA컵 탈락 뿐만 아니다. 2012~2013시즌 우승에 이은 EPL 2연패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16강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16강에 그쳤던 2012~2013시즌의 퍼거슨호와 이번 시즌 모예스호를 비교해보면 상위권 진입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맨유와 모예스 감독으로서는 그나마 4강에 올라 있는 캐피털원컵에서 우승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모처럼 만나는 EPL 최하위(20위) 선더랜드를 제물로 결승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성용과 지동원의 양 발은 더욱 무거워졌다.
기성용을 무한 신뢰해 온 거스 포옛(47) 감독은 팀 전술 변화 또는 1월 이적시장에서 지동원의 몸값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고 2013~2014시즌 상반기에 '잊혀진 남자'였던 지동원을 새해 들어 2경기 연속 선발 기용하고 있다.
지난 1일 이스톤 빌라전에 처음으로 나란히 선발 출전했던 기성용과 지동원은 5일 칼라일전에서도 다시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각각 선발 출전해 호흡을 맞췄다. 따라서 이날 맨유전에서도 두 선수의 선발 출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동원은 팀 잔류, 독일 분데스리가 임대 또는 이적 등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지난 두 차례의 경기에서 올리지 못한 공격포인트를 반드시 챙기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어야 한다.
기성용은 선더랜드로 임대 오기 전인 2012~2013시즌 스완지시티에서 들어올렸던 캐피털원컵을 이번 시즌 선더랜드에서 다시 들어올려 캐피털원컵이 칼링컵이라는 명칭을 쓰던 시절 총 3회(2005~2006, 2008~2009, 2009~2010시즌) 우승의 주인공이었던 '한국축구의 지존' 박지성(34·PSV 에인트호벤)의 후계자 자리를 굳힐 수 있도록 팀을 결승으로 견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지성 키드'인 두 선수의 4강 상대가 박지성과 일본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25)의 사실상 자리바꿈과 관련해 한국인에게 애증의 대상이 된 맨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