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내세웠던 교육 공약 중 하나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되레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2014학년도 교육공무원 정원 가배정서를 보냈다.
이중 서울 지역의 공립 각급학교 교원 현황을 보면 올해 가배정된 인원은 총 4만6264명으로 지난해 4만6350명에 비해 8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 교원 중 교사가 현저히 줄었다. 초등 교사는 지난해 2만2241명에 비해 140명 감소한 2만2101명이 배치됐다.
중등 교원 중 교사 역시 지난해 1만8502명에 비해 32명이 줄어든 1만8470명이 가배정을 받았으며 이 안에는 진로진학상담교사 10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유치원 교원은 33명, 특수 교원은 34명,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 등 비교과 교사는 19명 등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출산율 저하에 따라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고 있어 현재의 학급수 규모를 유지하기만 하면 학급당 학생수는 자연 감소한다"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공약의 달성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는데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손쉬운 약속조차 파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성희 대변인은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교사 정원을 전년 대비 80여명 감축하고 작년 704명이었던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560여명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라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 수가 줄고 학급수도 1~4학급 가량 줄어드는 추세"라고 호소했다.
유 대변인은 "30명 안팎의 학급당 학생수를 유지하고 있던 학교들마저 학급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학급당 학생수가 늘어나는 상황도 생겼다"며 "당연히 학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혼란과 어려움, 배신감 등을 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 A중학교의 경우 올해부터 1학년 2학급, 3학년 1학급 등 3학급이 줄어들면서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29명에서 34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B중 역시 학년당 학급이 하나씩 줄어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27명에서 3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유 대변인은 "일단 자율형공립고의 경우 대부분 학급수가 줄어 학급당 학생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 학교들 중에서도 이런 곳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가배정안은 공식 자료가 아니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올해 채용 규모를 대략적으로 파악, 참고하라는 것"이라며 "올 2월 정식 배정 규모와는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월 인천 계양구 작전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큰 정책 방향 중 하나가 교육 여건을 OECD 국가 평균 또는 그 이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 21.2명, 중등 23.4명이며 OECD 상위 국가인 미국, 프랑스, 독일의 평균은 초등 21.2명, 중등 23.4명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지난 7월 2020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OECD 상위 국가 수준인 초 21명, 중·고 23명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내용이 담긴 '2030 서울 중장기 학생수용 및 교육환경개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