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PF 대주단 협약’ 가동…참여자, 상호금융으로 확대
올 상반기 민간 자율의 사업재구조화…캠코 1조 펀드 조성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도록 올해 총 28조4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공급에 나선다. 이와 함께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정상사업장에는 장기대출 전환 보증을 지원하고, 사업성이 우려되는 사업장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PF 대주단 가동을 통해 지원에 나선다.
부실 사업장은 매각·청산을 통해 새로운 사업 추진주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6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과 함께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대응방향과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 개정방향, 민간 사업재구조화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참석자들은 회사채·단기금융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 개선세가 확연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해 11월말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 1~2월 일반회사채는 만기도래액을 웃는 수준으로 발행되는 등 시장에서 발행수요가 원활하게 소화되는 상황이다.
단기금융시장에서도 유동성 호조 등으로 기업어음(CP)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연말 대비 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다만 PF-ABCP의 경우 A2등급 이하 금리가 여전히 높고,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 러·우 전쟁 및 미·중 갈등 지속 등 올해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당국은 총 40조원 이상의 지원여력을 보유한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활용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는 동시에 부동산 PF의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대응 수단을 마련해 집행하기로 했다. 시장안정프로그램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 40조원 중 총 12조5900억원이 집행됐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부동산 PF 시장은 과거 위기와 비교할 때 아직은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지만, 업종·지역 등 국지적으로 리스크와 어려움이 있다”며 “따라서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대응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장별 맞춤 대응을 통한 사업재구조화 및 부실정리 유도와 함께 부동산 PF 리스크의 건설사·부동산 신탁사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점검하고, 이상 징후에 대한 신속보고체계를 구축해 적기·신속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사업장에서 부실·부실우려 징후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회사가 즉시 금감원에 공유, 사업장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공유를 통해 주요 사업장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관리를 지속하고, 주요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등을 통해 기관간 공조를 강화한다.
사업장별 상황과 특성에 맞춘 대응에도 나선다. 정상 사업장의 경우 차질 없이 끝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조원 규모로 사업자 보증 등을 공급해 ‘브릿지론→본PF’ 전환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또 이달 중 한국주택금융공사가 PF-ABCP 장기대출 전환 보증 상품을 1조5000억원 규모로 출시해 차환리스크를 해소한다.
이는 증권사(A2-이상) 및 건설사(A3이상) 보증 PF-ABCP를 보증부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상품으로, 증권사·건설사의 차환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단 도덕적 해이 차단을 위해 증권사·건설사에게 자금보충의무가 부과된다. 정상사업장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신청범위를 현재 ‘토지매입 완료·분양 이전’에서 ‘토지 95% 이상 매입 또는 분양 이후(손익분기 이상)’로 확대한다.
사업성 우려 사업장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다음달 ‘PF 대주단’을 가동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해 올 상반기 민간 자율의 사업재구조화에 나선다.
대주단은 금융 지원 등을 전제로 시행사·시공사와 사업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사업장 정상화를 추진하게 되는데, 최근 변화된 PF 사업구조 등을 반영해 PF 대주단 협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참여자를 새마을금고,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으로 확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내용별 의결기준을 차등화하는 등 의결요건을 재정비한다. 저축은행 업계는 오는 8일부터 자율협약을 시행하고, 여전 등 타 업권도 자율협약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 중심 사업재구조화 등을 통해 사업성 우려 사업장의 정상화도 유도한다. 예컨데 최근 롯데그룹이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차환불안 등을 해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KB금융그룹도 미착공 사업장의 건설사 보증물 5000억원에 대한 유동화·매입을 지원키로 했다.
캠코가 조성하는 펀드가 사업장별로 PF 채권 인수해 권리관계 정리, 사업·자금구조 재편 등을 통해 정상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캠코가 총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한 후 5개의 펀드가 각각 부실우려 PF자산을 결집·인수하는 방식이다. 또 캠코와 민간의 사업재구조화를 결합해 사업성 제고와 선제적 정상화 지원에도 나선다.
부실우려 사업장은 시장 원리에 따른 매각·청산을 통해 새로운 사업 추진 주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경·공매를 통해 새로운 사업주체에게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부실 PF 채권이 신속하게 매각·정리될 수 있도록 유암코, 캠코 등 민간과 정책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파급되지 않도록 건설사 등에 대해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28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부동산신탁사의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이는 지난해 말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 잔액 23조4000억원 대비 5조원 확대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산은·기은·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중소·중견 건설사 등에 지난해 말 보다 3조원 늘어난 총 18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기존 대출·보증의 만기연장과 함께 기은의 신규대출(2조4000억원) 및 신보의 신규보증(2000억원) 공급도 이뤄진다. 신규발행 P-CBO 내 중소·중견 건설사물 편입비중도 지난해 10.6%에서 올해 12% 이상으로 3000억원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 대출 확대, PF-ABCP 매입 등에 지난해 보다 2조원 늘어난 총 9조6000억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