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시작된 1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로2가 사거리에서 종각역 지하상가 입구까지 약 100m 거리에 택시를 잡는 시민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대부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 때문에 시민들은 행선지를 반복해서 얘기해야 했다. 손을 내밀었는데도 차를 세우지 않고 지나치거나 행선지를 듣자마자 가버리는 택시 뒤에서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빈 차'를 표시하는 빨간 등을 아예 끄고 지나가는 택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택시기사가 반쯤 내린 창문에 매달려 목적지를 설명하고 요금을 협상했다. 한 남성은 "왜 태워주지 않느냐"며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렸다는 이창수(27)씨는 "행선지가 사당역 근처인데 7대나 승차거부를 당했다"며 "올해부터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면 더 강하게 처벌한다고 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택시를 잡던 김보현(23·여)씨는 "20여 분 동안 택시 4~5대로부터 승차거부를 당했다"며 "행선지조차 안 묻고 지나가는 택시 기사도 많았고 안에 사람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불을 끄고 지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새해 첫날 발견된 승차거부 행렬은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택시발전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택시발전법안에는 택시 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경우 현행 과태료 처분에서 최고 사업면허 정지나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승차거부를 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몇몇 택시기사는 무시와 항변으로 대응했다. 한 택시기사는 "영업 끝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손님을 태울 수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앞서 지난해 10월12일에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 역시 승차거부 줄이기 등 택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고 시행한 서울시 정책이었지만 승차거부 행렬은 사라지지 않았다.
직장인 박모(34)씨는 "택시 기사들이 승차거부 하지 말라고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올린 것 아니냐"며 "요금이 올라도 승차를 거부당하는 것은 예전과 똑같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