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12년 11월30일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종합적 대동맥판막근부 및 판막성형술', 이른바 '카바 수술'에 대해 퇴출 판정을 내렸다. 카바수술이 신의료기술로 신청(2007년 3월)된 지 5년8개월, 조건부 비급여 고시가 제정(2009년 6월)된 지 3년5개월 만이다. 복지부는 "검증기간 3년을 부여했으나 3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고시 폐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카바수술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고 카바 수술과 비슷한 수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혀 혼란은 더욱 증폭됐다. 환자단체는 복지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여 환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며 신의료기술 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 2005년 국내에 도입된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한 유용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빈치로봇수술기계는 한 대에 30억 원이 넘지만, 대형 병원들이 앞 다퉈 사들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다빈치 로봇 수술 기기를 갖춘 나라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로봇 수술을 도입한 양승철 연세의료원 비뇨기과 교수의 양심 고백으로 로봇수술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양 교수는 "충분히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는 수술을 무리하게 로봇수술로 진행하는 난센스가 벌어지고 있다. 로봇 수술을 들여온 장본인으로서 국민에게 무엇을 한 것인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다빈치 로봇 수술이 장기생존율이나 재발률, 합병증 발생률 등에서 일반 개복 수술에 비해 효과가 높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수면 밑에 숨어있던 쟁점은 2011년 5월 탤런트 박주아씨가 다빈치 로봇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잦아들었던 첨단 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신의료기기의 허가 및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현재 신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80일)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1년)·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평가(90일)·복지부의 요양급여대상 지정 고시(60일)를 거쳐 시장에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통과하면 건강보험 급여 여부만 판단, 일단 판매를 허용한다. 보의연의 신의료기술평가는 사후 심사로 밀린 것이다.
신의료기술이 허가고시를 받는데 수년이 걸려 의료시장의 침체와 새로운 치료법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으로 판매개시 시기가 평균 10개월 단축돼 신의료기기 상품화 및 신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승인 절차가 생략되면 안전성과 효과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며 고가의 첨단 의료기기가 손쉽게 들어와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복지부와 식약처, 보의연의 설명을 종합하면 식약처는 의료기기에 대한 인허가뿐만 아니라 일부 임상시험자료를 토대로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도 검증한다.
심사 신청을 한 업계가 내놓은 임상자료를 토대로 의료행위(진료)의 목적과 방법, 절차에 따라 의료기기를 사용했을 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는 말이다. 만약 의사가 허가한 대로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의사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보의연의 검증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국내외 학계 등에서 나온 논문과 임상자료, 문헌을 모두 분석해 의료기술 자체에 대한 안전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 의료기기를 중심에 놓고 유용성을 검증하는 식약처와 달리 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가지고 절차와 방법, 목적 등을 다각화했을 때의 상황을 종합적, 장기적으로 분석한다.

신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안전성 논란이 먼저 불거지지만 경제성, 효과성 부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껏 시술의 효과에 대해서는 종종 물음표가 뒤따랐다. 비싼 값을 치르는 만큼 다른 수술에 비해 효과가 큰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로봇수술 비용은 수술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만~1200만원선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기존 수술법보다 2~6배나 높은 금액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기 생존율과 재발률, 심각한 부작용 등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에 견주어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
현재 식약처는 접수된 신의료기기가 기존 의료기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비교 우위의 효과를 거두는 지는 면밀히 살피지 않는다.
한 의사는 "신의료기기 절차 간소화가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효과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혈세인 건강보험의 급여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신의료기기 기술이 다른 기기 수술보다 효과가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식약처가 허가해 시장에 나왔지만 보의연이 이후 안정성과 유효성을 문제 삼는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 모르겠다"며 "충분한 고민 없이 산업계의 요구를 무리하게 수용한 결과다"고 꼬집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신기술들은 대부분 장비가 일단 다 고가여서 비급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자기 돈 내고 할 사람은 하게 해주자는 말"이라며 "시스템적으로 비급여를 늘리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을 간략화한다고 하면 엄청난 양의 기기가 비보험으로 마구잡이로 들어 올 것이다. 의료기기 업계의 배만 불리고 비용은 거의 다 환자들이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번 신의료기술이 등재되면 시간도 인력도 없다는 이유로 재평가를 안 한다. 안정성도 안정성인데 비용 효과가 있는 지를 따져야 한다"며 "건강보험체계에서 동일한 효과라면 비용이 더 낮은 쪽을 행위수가에 남겨놓는 게 맞다. 이미 평가가 됐다고 하더라도 새로 들어온 게 있으면 재평가를 해서 정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