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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글은 썼는데, 대선엔 개입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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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글은 썼는데, 대선엔 개입 안했다?
  • 김훈기 기자
  • 승인 2013.12.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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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만 쳐내고 끝난 사이버司 댓글 수사, 야권 "특검 수사·김관진 장관 사퇴" 규탄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해 대선 당시 '정치글' 작성의 몸통으로 사이버심리전 이모 단장을 지목, 직위해제하고 불구속 수사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했다.

국방부는 이번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라고 강조하지만 향후 심리전 요원들에 대한 추가 징계 외에는 더 이상 윗선으로 징계가 번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날 2100여건의 정치적 내용의 댓글을 단 요원 10명을 형사입건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줄 곳 특검 등을 주장해온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조사본부는 전현직 사령관들이 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도 없고 국가정보원과 연계된 사실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모든 책임을 이 모 심리전 단장에게 전가하고 옷을 벗기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 셈이다. 머리는 초치하고 몸통조차 제대로 집어내지 못한 '셀프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전·현직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 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관여 행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전·현직 사령관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옥도경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에 대한 현실적인 징계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연히 '셀프수사'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인 셈이다.

이 모 심리전 단장의 언급도 이날 논란이 됐다. 정치 개입 지시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단장이 "대응작전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는 말을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북 선전선동에 대응해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고 써도 된다는 것인데, 백 본부장은 이를 정치 개입과는 다르다며 여러 번에 걸쳐 부인했다.

대북 심리전을 치르느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렸을 뿐 절대로 정치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대선 기간에 정치 댓글을 작성해 놓고도 그런 뜻이 아니라는 설명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백 본부장은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선전선동에 대응하고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으나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모) 단장의 이같은 일탈행위는 군형법 제94조 '정치관여'와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정치운동의 금지', '군인복무규율', 'SNS 행동강령'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야권은 국방부의 수사결과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김관진 국방부장관 사퇴와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과 당내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진상조사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결과는 거짓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즉각적인 국방부장관의 사퇴와 특별검사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뭐라고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며 "이 정권은 국민을 대체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말도 안 되는 결론을 국민들 보라고 내놓은 국방부의 꼴사나운 발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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