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철도 파업이 10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간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노조는 요구안에 응답이 없으면 19일 2차 전국 규모 상경투쟁을 벌인다고 알렸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노조간부 10명을 체포하려는 등 끝이 안 보이는 대치국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을 두고 철도노조의 퇴로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노조가 사회적 대화의 문을 지속해서 두드리지만, 코레일과 정부는 점점 더 강경한 대응을 내세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파업을 시작한 철도노조는 3일째인 11일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수서KTX) 설립 철회와 함께 철도산업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중단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파업 조합원에 직위해제와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간부를 고발하는 등의 조처를 하며 맞섰다.
정부도 이날 6개 관계부처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노조는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생업에 복귀하라"며 "코레일이 방만 경영에 빠진 이유는 국민 불편을 담보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13일에는 파업 시작 5일 만에 처음으로 노사 간 긴급 실무교섭이 진행됐다. 노조는 5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코레일은 정부정책이라 어쩔 수 없으며 요구안 수위를 낮춰달라는 태도로 나서 결국 결렬됐다. 이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미복귀 조합원에 대한 '특단의 조치' 가능성도 내비쳤다.
파업 6일째인 14일 전국 규모 총력투쟁 및 민주노총 연대투쟁을 벌인 철도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코레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나서서 17일까지 대안을 마련해달라"며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파업 7일째인 다음 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국민들은 불법파업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며 파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국토부도 이날 자료를 내고 지난 12일 코레일이 제출한 철도운송사업 면허신청서를 검토 진행 중이며 다음 주 말께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파업 8일째를 맞은 지난 16일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추가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찰은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등 서울지역 노조 지도부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철도노조 소속 한길자주회 조합원 5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회사 설립은 내부 경쟁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철도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하는 건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철도노조는 "파업 참가자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직위 해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최 사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파업 9일째를 맞은 17일 코레일을 넘어 정부 차원의 압박이 시작되자 철도노조의 파업열차는 종착역을 잃은 모양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적법 절차를 지킨 파업을 시작한 뒤로 꾸준히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이나 TV토론 등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의 입장이 중요한데 소위 구성 자체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대화에 응하는 답변이 오지 않으면 예정대로 19일 2차 전국 규모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전문가는 "양쪽 모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노조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파업의 철회도 가능한데 사측과 정부 모두 강하게 밀어붙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요구처럼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으로 예상된다"며 "국회나 정부 차원의 '대화의 장'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