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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16 '국정원 대선개입 부실-축소수사 발표이후, 경찰 '수난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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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16 '국정원 대선개입 부실-축소수사 발표이후, 경찰 '수난의 1년'
  • 표주연 기자
  • 승인 2013.12.1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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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부터 대한민국은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경찰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주체에서 대선개입의 당사자로 지목받으면서 수난의 1년을 보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동안 경찰은 어떤 일을 겪어 왔을까.

◇대선 3일전 긴급 수사결과 발표 '수난의 시작'

지난 2012년 12월16일 밤 11시. 대통령 선거 투표를 3일 앞둔 날, 경찰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긴급 수사발표를 했다.

이 발표에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의 하디스크스를 분석한 결과 야당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 김모(28·여)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10월1일부터 12월13일까지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수사 결과의 요지였다.

이는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찬물을 끼얹는 수사결과였다. 이 발표는 대선 투표를 3일 앞둔 시점에 이뤄져 엄청난 파장을 불렀다.

그러나 이 발표는 거짓말이거나 부실한 수사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수난은 이때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의 수사에는 부실 축소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으며, 경찰은 국기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주체에서, 대선에 개입한 국가기관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속속 드러나는 부실수사와 권은희의 폭로

경찰은 첫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이 정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결과는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는 부실한 수사 내용이 속속 드러났다. 게다가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까지 이어져 경찰은 궁지에 몰렸다.

올해 1월3일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대선 관련 인터넷 글에 추천과 반대 의사 99차례 표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31일에는 "김씨가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11일 까지 아이디 11개 이용해 국내정치 등에 관한 글 120건을 게시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사실상 초기 수사결과 발표와 다른 이야기가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중인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송파경찰서로 전보조치하는 '악수'를 뒀다. 이 전보조치가 단행될 때 권 수사과장과 경찰 수뇌부와 마찰이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했는데,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3월29일 김용판 서울지방경찰 청장이 명예퇴직했다. 퇴직후 여의도 정계로 진출 할 것으로 알려졌던 몇달 뒤 김 전 청장은 국회가 아닌 법정에 드나드는 신세가 됐다. 현재까지 치열한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찰의 2인자'였던 김 전 청장이 수사 축소 등의 혐의를 받고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4월18일 경찰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 직원 김모씨 이모(38)씨, 일반인 이모(42)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이게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였다. 이날 발표는 "국정원 직원이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다"는게 골자였다.

최종수사 발표 직후 권은희 과장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 관계자로부터 국정원 요원의 불법선거운동 수사를 은폐·조작하라고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사 초반 서울청이 분석 키워드를 대폭 줄이고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흔적이 없다는 취지의 중간수사결과를 대선 직전 갑작스레 발표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해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

◇경찰의 수난 시작… 부실 수사로 국민신뢰에 치명타

이후 공이 검찰로 넘어간 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빠르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의 발표 내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이었던 것이다.

5월20일 서울경찰청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경찰청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9년 용산참사 사건 이후 두번째다.

다음날에는 김용판 전 청장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에 응했다. 김 전 청장은 6월11일 불구속 기소당하기 전까지 두차례나 소환조사에 응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야했다.

더 큰 수난은 수사의 내용이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자마자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경찰 수사를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관련 글은 121만건에 달한다. 검찰은 11월21일 트위터상에서 정치·선거 관련 글 121만228건을 추가로 발견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경찰이 아예 비방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덮거나 수백개 수준의 댓글을 거론한 것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은 검찰보다 한 발 먼저 수사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고 한탄하고 있다.

게다가 경찰의 수난은 아직 끝이 아니다.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라 더 큰 위기를 맞을수 있다. 김 전 청장의 수사축소 외압이 법정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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