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꾸자꾸 쓰다보니 우리 한글이 너무나 아름다운 거에요. 예쁜 한글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이렇게 그림도 함께 있으면 한글에 대한 관심도 커지겠죠?"
순수한 소녀같은 웃음이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한글서예가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라고 소개한 말 그대로다.
주인공은 한글서예가 '눈뫼' 김은자(62·여)씨. 그는 7년 전 한별 신두영 선생의 가르침 아래 본격적으로 붓을 잡았다.
이때부터 김씨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로지 한글서예에만 몰두했다.
"평소엔 항상 밥을 먹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한글을 써왔잖아요. 하지만 한글서예를 쓰면 쓸수록 한글이 너무나 매력있더라구요. 여성스러운 '궁체'가 있는가 하면 남성스러운 '판본체'가 있어요. 또 사뿐사뿐 춤을 추는 것 같다가도 틀이 잘 잡힌 조형미가 느껴질 때도 있어요."
김씨는 자신이 느낀 한글의 아름다움을 외국인에게도 오롯이 전하고 싶었다. 한글서예 작품이 좀 더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그림'이었다. 문자인 한글서예에 시각적 효과인 그림을 더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크게 더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때문에 4년 전부터 한국화가 최윤정씨에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집안에 걸어 놓은 그림은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시각적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의 작품에 그려진 꽃과 동물, 벌레 등은 한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인다. 나아가 한글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 생기가 넘친다.

한글에 생명력을 싹틔운 김씨의 작품은 지난해 대한민국 서예술대전 대상이라는 꽃을 피웠다. 이어 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수상이라는 열매를 맺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그간 작품을 모아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내 평화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모두 24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는 3D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시도했다. 작품에 대한 판매 수익금은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이제 그의 꿈은 해외에서 한글서예 작품의 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앞으로 영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회를 추진할 계획이에요.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도 발전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한글의 세계화'라는 꿈을 향해 그는 오늘도 붓을 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