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리베르를 제외한 나머지 7종에 대해 모두 41건의 수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지난 8월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 수정·보완 권고한 829건 중 788건을 승인하고 41건은 수정명령을 통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출판사와 집필진은 교육부가 제시한 수정명령 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다음달 3일까지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수정·보완 대조표가 접수되면 다시 수정심의회를 개최해 다음달 6일 승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해당 출판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발행사와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지난 1일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학계 전문가 15명이 참여한 '수정심의회'를 지난 14일 구성해 수정·보완 대조표를 심의했다.
'수정심의회'는 연구위원과 심의위원으로 구성된다. 연구위원은 발행사의 수정·보완 대조표에 대한 내용오류, 사실 확인 등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심의위원은 연구위원의 기초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정·보완 권고사항의 반영 여부, 발행사(집필진)의 미반영 사유의 타당성 등을 검토·심의했다.
교육부는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보완 권고한 829건 중 788건을 승인했고 나머지 41건에 대해서는 수정명령을 통보했다.
출판사별로는 ▲금성 8건 ▲두산동아 5건 ▲미래엔 5건 ▲비상교육 4건 ▲지학사 4건 ▲천재교육 7건 ▲교학사 8건이다. 리베르는 1건도 없었다.
이번 수정 명령의 대표적인 사례는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한 정확한 실상 설명(금성) ▲천안함 피격사건 주체 서술(두산동아)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국군의 양민학살사례 균형 서술(미래엔) ▲남북 대립 및 통일 논의 중단 원인에 대한 올바른 서술(비상교육) ▲일본의 독도 침탈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서술(지학사)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구체적 서술(천재교육) ▲반민특위 해산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서술(교학사) 등이다.
교학사는 총 8건의 수정명령을 받았다. 먼저 '한일 합방'이란 용어를 쓴 것에 대해 "'합방'이란 용어는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용어"라며 '한일 병합' 등의 예시를 제시했다.
일제시대 애국지사들의 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애국지사들의 민족운동을 축소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김성수가 일본식 성명 강요를 거부하고 일제가 제의하는 작위와 귀족원 의원직을 거절했다는 서술의 경우 "사실 확인이 어렵고 김성수의 활동에 대해서는 친일 행적 등에 대한 비판이 있다"며 "객관적 사실에 근거에 재서술하라"고 명령했다.
제주 4·3 사건의 경우 "제주 4·3 특별법의 목적과 취지를 반영하라"며 "예를 들어, '경찰은 습격으로 오인해 발포했다'를 '경찰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행정부만이 경찰권을 가질 수 있기에 특별 경찰대 해산을 명령했다고 기자회견했다'는 부분의 경우 "이승만 정부의 반민특위 해산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술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성,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6종의 경우 총 33건의 수정명령을 받았다.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것은 광복 이후 정부수립 과정을 서술한 부분이었다.
금성,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4종 출판사의 경우 광복이후 정부수립 과정을 서술 하면서 남북분단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게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교육부는 "통일 논의 중단 원인이 우리 정부에게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교육부는 두산동아, 지학사 등 2종 출판사에 "문장의 주어가 생략돼 있어 행위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서술한 천재교육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례가 제시돼 있지 않다"며 "정치범 수용소 운영, 공개 처형 등의 사례를 제시하라"고 언급했다.
박정희 정부 평가에 대한 수정명령도 있었다. 교육부는 금성이 '박정희 정부 시기 외자 도입을 통한 경제 개발과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은 성과가 컸던 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편파적으로 기술돼 있다는 지적도 다수 나왔다. 교육부는 금성,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3종이 "친일파 재산몰수를 위한 개혁'으로만 서술하고 농민이 분배받은 토지의 소유권에 제한이 있었음을 서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국군의 양민 학살에 대해 서술한 미래엔에는 "균형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실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수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이번 수정명령 사항을 발행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발행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수정승인이 된 교과서는 서책용 전시본 공급 전에 전시본을 웹사이트에 전시하고 다음달 18일께 인쇄본을 학교에 제공할 것"이라며 "27일께는 학교현장에서 교과서 선정을 할 수 있도록 해 내년 2월까지 교과서를 공급하는 것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