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초중고 학생 7만7000여명이 학교 폭력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초 조사때보다는 피해 학생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수만명의 학생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학교 폭력은 초등학생 간 발생건수가 가장 많았고 강제심부름 등 쉽게 드러나는 학교폭력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피해가 점점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는 지난 9~10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454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89.4%(406만명)가 조사에 응했고 조사대상 중 1.9%(7만7000명)가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올해 상반기 조사 때 9만1000명(2.5%)이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현장에서 예방교육 강화 등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상담교사들은 "아직도 8만명에 가까운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 초등학생이 가장 많아
학교폭력 피해를 학교급별로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이 3만5000명(2.7%)으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3만1000명(2.0%), 고등학생 1만명(0.9%)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의 경우 경미한 사안의 경우라도 학교 폭력 피해의 민감도가 다른 학교급보다 높아 피해 응답 건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로는 초등학생이 가장 적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을 성별로 보면 여학생(1.6%)에 비해 남학생(2.2%)이 더 높게 나왔다.
피해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5만7000건으로 전체의 35.3%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16.5%), 폭행·강금(11.5%), 사이버 괴롭힘(9.7%) 순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품갈취, 강제심부름 등 쉽게 드러나는 학교폭력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의 비중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급이 낮을수록 집단따돌림 비중이, 학교급이 높을수록 강제심부름과 폭행·강금의 비중이 높았다. 중학생은 금품갈취, 사이버 괴롭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학교폭력 71.6% 학교 안에서 발생
학교폭력은 주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학교 일과시간 중(63.6%)에 교실 등 학교 안(71.6%)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공터 등 학교 내 다른공간(13.3%), 화장실(10.0%), 운동장(2.9%), 기숙사(0.8%) 등의 순이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지난해 2차 조사 때는 5.7%였으나 올해 1차 조사는 7.2%, 올해 2차 조사는 7.9%로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여학생이 16.4%로 남학생(2.2%)에 비해 사이버 공간 피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학생은 주로 사이버 공간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남학생은 폭행 등 폭력적인 방법을 더 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학교급별로는 중학생의 사이버 공간 피해 비율이 9.9%로 가장 높고 초등학생(6.6%), 고등학생(6.5%) 등의 순이었다.
피해 응답자의 71.6%인 5만5000명의 학생이 "힘들었다"고 응답했으며 남학생(65%)보다는 여학생(81.4%)이 힘들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학교폭력 피해 후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피해 응답자의 19.0%가 '학교 가기 싫었다'라고 답해 가장 높았다. 또 '우울하고 슬펐다(12.3%)', '상대방을 괴롭히고 싶었다(12.0%)' 순으로 응답했다.
피해 사실을 가족과 학교 등에 알렸다는 응답은 76.1%였으며 알린 상대는 가족(31.4%), 학교(23.7%), 친구·선배(18.2%) 순이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10명 중 3명 '장난으로 괴롭혀'
'다른 학생을 학교폭력 등으로 괴롭힌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만8000명(1.0%)으로 올해 상반기 조사때의 4만6000명(1.3%) 보다 줄었다.
유형별로는 집단따돌림(28.8%), 언어폭력(25.8%), 사이버 괴롭힘(12.2%)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해학생의 24.4%(9000명)는 피해경험도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힌 주된 이유로는 '장난으로'가 29.7%로 가장 높았고 피해학생이 마음에 안 들어서(23.9%),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16.8%), 특별한 이유 없다(10.2%), 화풀이 및 스트레스(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학생 중 93.2%(3만6000명)는 '가해행동을 중단했다'고 응답했고 중단 이유는 '스스로 나쁜 행동임을 알게 되어서(43.2%)', '학교의 처분이나 선생님에게 혼나서(27.0%)', '피해학생이 싫어해서(12.8%)' 등의 순이었다. 반면 '예방교육 때문' 이라는 응답은 8.3%에 불과해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모른척했다'는 응답은 23.9%로 1차 조사 대비 5.0%포인트 감소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에 대해 방관하는 비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