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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도 '영훈국제중 합격자 바꿔치기' 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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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도 '영훈국제중 합격자 바꿔치기' 알고있었다
  • 이현주 김지훈 기자
  • 승인 2013.10.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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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훈국제중의 조직적인 입시비리로 교육계가 홍역을 치른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상반기 실시했던 감사에서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뉴시스가 31일 서울시의회 김형태 교육의원이 사학투명성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받은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학교 감사결과 보고서 원본'을 확인한 결과, 영훈국제중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 과정에서 주관적 채점영역을 악용한 성적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5월20일 시교육청이 발표했던 영훈국제중 감사결과 보고서의 원본이다. 지난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 이모군의 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 입학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같은 달 26일까지 3주간 영훈국제중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 부회장 아들을 포함한 지원자 3명이 주관적 채점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최종합격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객관적 채점영역의 성적이 30~40위권이었다가 주관적 채점영역을 합산한 후 등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군의 경우 객관적 채점영역 등수가 42위였으나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가 모두 만점처리돼 15위로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객관적 채점영역 등수가 44위였던 영훈국제중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위원의 아들도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 모두 만점을 받아 16위로 최종 합격 처리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객관적 채점영역에서 31위였던 한 경찰관의 자녀도 최종 순위 14위로 합격했다. 앞서 언급한 2명의 학생과 같은 방식으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 자유기술부분 두 영역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은 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115명 중 이들 3명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객관적 채점영역에서 16위 이내로 합격권이었던 학생 3명이 자기개발계획서 영역에서 최하점을 받고 끝내 탈락하고 말았다.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탈락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이 보고서는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영훈국제중 '심사위원회'는 주관적 채점영역인 '자기개발계획서'를 채점하면서 객관적 채점영역이 상위 33%에 속한 학생 중 13명에게 최하점인 10.2~10.6점(15점 만점)을 부여했다.

문제는 자기개발계획서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지원자 13명의 교과점수와 담임추천서 체크리스트 점수가 만점인 22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담임추천서 체크리스트 점수가 10점 이하인 지원자들도 자기개발계획서 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14점 이상을 득점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은 보고서에서 "합격시키고자 하는 3명을 합격자로 선발하기 위해 전체 총점을 먼저 산출한 후 13명의 점수를 최하점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커트라인에 위치한 학생을)의도적으로 밀어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의 감사결과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시교육청은 이번 입시비리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5개월가량 이 결과를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울시의회의 자료요구에도 이례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와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각종 진술이 나왔지만 이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당시 시교육청 조승현 감사관은 이 부회장의 아들이 성적 조작 대상자였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정적으로 특정인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었다.

김형태 의원은 "(시교육청이)검찰 수사를 핑계로, 이후에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의혹만 키웠다"며 "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5개월 동안 숨겨온 것은 결국 시교육청이 삼성과 학부모들의 눈치보기'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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