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외 아들' 파문을 일으킨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지난 16일 채 총장이 사퇴하는 일련의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장관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이 단체는 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학적기록부 등 개인정보 불법 유출 의혹까지 함께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30여 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초 이 단체는 17일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불법 사찰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 등을 고발대상에 포함할지를 놓고 법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아동인권침해를 우려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변회는 학생생활기록부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관리하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책임을 물어 수사를 촉구했다. 교육 당국이 인적정보를 누출하지 않았다면 해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이밖에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등 다른 시민단체들도 채 총장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성명을 발표하거나 검찰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청와대 핵심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며 고발 대열에 합류할지를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 채 총장의 불법 사찰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앞으로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며 민주당의 다른 법사위 위원들도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1라운드가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진실공방이라면 2라운드는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불법 사찰 의혹의 진위를 따지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채 총장에 대한 불법 사찰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추가로 발견되거나 관련 자료가 드러나면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고발에 나서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 사안에 따라서는 특임 검사를 임명해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거나 국정조사, 특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불법 사찰 의혹에만 초점을 두면 혼외 자녀 논란의 본질인 친자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소홀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채 총장에 관한 불법 사찰 의혹을 MB정부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동일시하며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야권에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법 사찰을 정쟁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안팎에서 채 총장에 대한 사찰 관련 정황이나 제보를 많이 받고 있다"며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불법 사찰 의혹으로 새롭게 쟁점이 옮겨질지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