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2 16:19 (목)
김용판 재판나선 前수서서장 "'국정원 사건' 중간수사 발표 아쉽다"
상태바
김용판 재판나선 前수서서장 "'국정원 사건' 중간수사 발표 아쉽다"
  • 엄정애 기자
  • 승인 2013.09.17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서 수사를 지휘했던 일선서장이 증인으로 나와 "중간수사발표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의 4회 공판에서 이광석 전 수서서장은 "지금 입장에서는 (중간수사발표)와 같이 말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12월17일 중간수사결과에 대해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에서 대선과 관련된 댓글을 단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 전 서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사이트와 아이디 등이 정리된 '메모장 파일'만 받았더라도 그렇게 발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재판에선 중간수사결과 브리핑 전 서울청에서 작성된 예상·질의답변서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이 전 서장은 "질의서 내용을 본 적이 없다"면서 "분석보고서에 적힌대로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에서 '댓글을 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만 믿고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청의 분석보고서에 '혐의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문구도 약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서울청이 '분석 키워드를 100개에서 4개로 줄여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인데 줄여달라 말라 하는 것은 입맛에 맞게 해달라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서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한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영장을 신청할 요건이 부족하긴 했지만 여직원과 민주당이 대치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경찰청 지능과장과 서울청 수사과장, 서울청장 3명이 전화를 걸어와 경찰 수사권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 보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이 수사 착수 당시 국정원 직원과 여러차례 통화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수사를 맡은 이 전 서장과 국정원 직원 신모씨와 사건 이후 지난해 12월12일~16일 사이에 10여차례 이상 통화한 내역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2일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이며, 12월16일은 경찰이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이다.

이 전 서장은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국정조사, 특검까지 갈 수 있겠다고 보고 국정원 직원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신씨와는 평소에도 '형,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수사상황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잘랐고, 이후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지난 9일 열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김 전 청장과 3차례 전화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편 이날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이 지난 1월 수서서가 국정원 여직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뒤 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은 내용의 문서를 제기해 검찰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경찰 내부에서 수사기밀을 요하는 문서인데 법원의 사실조회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확보했느냐"고 추궁했다. 변호인 측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재판부는 "향후 서면이나 구술로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27일 열릴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