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13일 끝나고 그의 생전 성추행 의혹이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공식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던 피해자와 여성계는 본격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여성계 등에 따르면 박 시장 전직 비서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계 인사들은 전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의 내용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시장에 의한 비서 성추행 등 의혹이 약 4년 간 이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음란문자와 속옷사진을 보내며 성적 괴롭힘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시장의 비서에 대한 신체 접촉이 있었으며, 전 비서가 다른 근무지로 간 뒤인 올 2월에도 텔레그램 비밀대화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 목소리를 냈다.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 등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앞서 박 시장 전 비서 측은 지난 8일 오후 4시 28분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고, 당일부터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은 9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13일 발인과 화장이 이뤄졌다.
고소 내용은 박 시장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다.
여성계에서는 박 시장 장례 이후 성추행 의혹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면서 진상 규명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장례기간을 기다리고 발인 마치고 오후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최대한 예우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에 관련 수사 내용을 밝히고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 시장 전 비서는 대독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고, 숨이 막힌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문제는 당분간 사회적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계는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여성계는 기자회견에서 고소 이후 수사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까지 주장한 상태로, 관련 논란이 크게 번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기자회견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기를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 밝혀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성계 등 연대 일정에 관해서는 “다음 주쯤 모든 단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소장은 “이 사건의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 수사 시작도 전에 증거인멸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하겠는가”라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