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장사 임직원들의 잇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애꿎은 투자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반도체장비 개발업체 유비프리시젼에 전(前)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유비프리시젼 대표를 맡은 김 모씨는 이 회사 자금 200억원 상당을 보광그룹 관련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의 동서로 보광그룹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또 반도체 사업이 아닌 국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총 400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김씨의 구 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유비프리시젼 주가는 한때 급락세를 나타냈다. 장중 12.49%까지 주저앉았지만 낙폭을 회복하며 1.90%(17원) 내린 880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전 대표의 재임 당시 경영행위에 대해 현재 검찰이 횡령 및 배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모바일 콘텐츠 개발업체 지어소프트도 10% 이상 급락했다. 현(現)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어소프트는 "지난해 9월부터 대표가 배임 혐의로 경찰 조사 등을 받은 사실이 있고, 지난달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최근 항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인터넷 전용회선 전문업체 넥스지도 이날 장 마감 후 현 경영진의 배임 혐의에 따른 기소설에 대해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횡령·배임은 그 전제를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기업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횡령·배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허위 회계처리로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설계·감리업체 도화엔지니어링의 김영윤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4대강 설계용역 수주 과정에서 회삿돈 463억796만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의 21.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날부터 이 회사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또 향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