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오염피해 배상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추진하면서 이 법안의 내용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김경민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이 법안은 사실상 대부분의 환경오염시설을 피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폐수배출시설·폐수무방류배출시설, 폐기물처리시설, 가축분뇨배출시설,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및 위해관리계획서 제출 대상 취급시설, 소음·진동배출시설, 악취배출시설 등을 환경오염피해배상 대상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인과관계 추정제도를 도입해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했다. 즉 해당 시설이 피해발생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경우 명확한 입증이 없어도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피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결국 사업자는 피해가 전적으로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반증하지 못하면 피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이 법안은 환경책임보험제도 도입도 규정하고 있다.
환경책임보험제도는 화학물질사고 발생 시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폐업을 하거나 자력으로 배상을 할 수 없을 경우에도 피해자가 최소한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환경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부담하게 된 비용도 보상 대상이 된다.
특히 화학사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은 의무적으로 이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위해관리계획 제출 대상자, 특정 대기·수질 오염물질배출시설, 지정폐기물 처리시설, 특정토양오염관리시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환경오염피해보상기금도 설치된다.
환경오염피해보상기금이란 환경부장관이 피해자나 유족에게 보상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금이다. 기금은 피해자가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지 못할 경우 또는 배상책임한도를 초과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활용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500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만만찮은 반발
다만 인과관계의 개연성만으로 해당 기업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소송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산업계 역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환경리스크 저감노력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오염피해구제기금 역시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반하며, 국민의 부담을 늘리고, 나아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궁극적으로 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에 김 조사관은 "화학사고를 줄이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률안의 명칭을 '환경책임에 관한 법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이 시설을 적법하게 가동한 경우에는 인과관계 추정을 배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소송에서 피해자의 불리한 위치를 고려해 인과관계 추정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사업자에게 과도한 반증부담을 지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또 "환경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할 경우 재난안전기금과 중첩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환경사고가 발생해 신속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 재난 안전관리 기본법 상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