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가로막고, 도망가고, 숨기고 난리였다. 우리은행농구단 이야기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선수 박혜진의 목을 조르고 벽으로 밀치는 등 폭행 파문으로 구설에 오른 김광은(40)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사건의 내막을 보니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이 가했다는 폭행의 방법과 정도에 대해서 주변 인물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렸다. 언론 보도와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구타와 폭행은 없었다"는 해명부터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라는 것까지 다양했다. 구단이 진상규명을 위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조혜진 감독대행과 주장 임영희는 눈물을 흘렸다.
조 감독대행은 1일 구리체육관에서 경기를 마친 뒤, "(언론 보도가)잘못된 부분이 있다. 그런 폭행은 없었다. 말이 왜 그렇게 와전됐는지 모르겠다"며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듣고)선수들이 많이 울었다. 기사가 많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의 자진사퇴를)납득할 수 없었다. 나도 함께 나가겠다고 구단에 말했다"고도 했다.
주장 임영희와 김은혜는 '김광은 감독이 명예를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에 "최대한 협조를 하고 도와 드리겠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김 감독이 박혜진에게 물리적인 충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다. 구타와 폭행은 무조건 잘못이다. 김 감독이 책임질 몫이다.
그러나 일단 덮고 보자는 구단의 대응은 꽤 아쉽다.
박혜진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 아니 그 이상으로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꼭 명예회복 시켜드릴게요'라고 김 감독에게 문자메시지를 전했다. 의미는 당사자들만 안다.
구단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서둘러 감독을 내보내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외부에는 자진사퇴라고 발표했지만 고위층에서 해고를 종용했다는 것이 농구계의 분위기다.
구단은 이번 일이 더 이상 언급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팀 관계자들은 1일 경기 전 취재를 위해 라커룸에 들어서려는 취재진을 막아섰고 박혜진을 라커룸 뒷문을 이용해 빠져 나가도록 했다. 차에 탑승한 채 문을 잠그고 한참동안 나오지도 않았다.
감추려는 의지가 강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처사였다.
구단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 길어진 경기 후 인터뷰를 두고 비아냥거렸다. 연패도 끊었고 빨리 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해야 한단다.
덮는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