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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또 우려먹네…칼과꽃, 공주의남자·대왕의꿈과 다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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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또 우려먹네…칼과꽃, 공주의남자·대왕의꿈과 다른게 뭐야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07.0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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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KBS가 수목극 왕좌 탈환을 노린다. 사극 ‘천명’ 후속으로 2TV가 3일 밤 10시 첫 방송하는 엄태웅(39) 김옥빈(26)의 ‘칼과 꽃’(극본 권민수· 연출 김용수)이다.

고구려 말 실권자 ‘연개소문’(최민수)과 ‘영류왕’(김영철)의 숙명의 대결 속에 피어나는 연개소문의 서자 ‘연충’(엄태웅)과 영류왕의 딸 ‘무영 공주’(김옥빈)의 사랑을 그린다.

엄태웅, 김옥빈과 최민수(51) 김영철(60) 등 주연들의 무게감, 지난해 웰메이드 멜로로 호평을 들은 수목극 ‘적도의 남자’의 세 주역 엄태웅, 김영철, 그리고 김용수 PD의 재회, 지상파 수·목요일 오후 10시대 의 유일한 남성 소구 드라마 등 시청률 견인 요인들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접할 상당수 시청자들은 기대보다 실망부터 할 수밖에 없다. KBS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 의존이 지나친 탓이다.

역사상 연개소문은 서기 642년 고구려 27대 영류왕을 시해하고 고구려의 마지막 왕이 되는 보장왕을 허수아비 왕으로 앉힌 뒤 실권을 틀어쥔다. 이 드라마는 팩션, 즉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인 만큼 역시 그렇게 흘러간다. 부친을 잃은 무영은 연개소문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애인 연충 때문에 갈등할 것이 뻔하다. 연충과 무영은 ‘고구려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는 셈이다.

2011년 히트한 박시후(36) 문채원(27)의 수목사극 ‘공주의 남자’와 별 차이가 없다. 이 드라마는 조선 6대 단종 때 왕의 숙부 ‘수양대군’(김영철)이 왕위 찬탈을 위해 1453년 계유정난을 일으켜 단종의 충신인 ‘김종서’(이순재)를 죽인다. 구사일생한 김종서의 차남 ‘김승유’(박시후)는 수양대군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만 결국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과 원한을 넘어 사랑을 나누고 만다.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공언했던 것처럼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공주의 남자’에서 가해자였던 김영철이 ‘칼과 꽃’에서는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한 번이면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속하는 드라마는 KBS에 또 있었다. 작년 9월에 시작해 지난달 끝난 주말 대하사극 ‘대왕의 꿈’이다. 이 드라마에서 ‘진평왕’(김하균)의 후비 ‘승만왕후’(이영아)는 자신의 아들로 왕위를 계승하기를 원하지만 딸을 낳는다. 사악한 승만은 왕자를 낳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 갓난 딸을 같은 날 태어난 저잣거리 천민의 아들과 바꿔치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딸을 죽이려 든다. 하지만 밀명을 받은 ‘비형랑’(장동직)은 이를 어기고 아기의 목숨을 구한다. 비형랑은 훗날 ‘김춘추’(최수종)와 ‘김유신’(김유석)에게 배신 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고, 성장한 승만의 딸 ‘연화’(홍수아)는 김춘추 등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녀가 돼 기회를 엿본다. 그러나 김춘추의 장남 ‘김법민’(이종수)과 사랑에 빠진다. 보은과 사랑 앞에 번민하던 연화는 결국 복수를 포기한 채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법민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연출자 신창석 PD의 말대로 ‘신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대중을 사로잡을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것도 한 두 번이다. 연례행사처럼 거듭되다 보면 식상하다 못해 다음에는 어떤 드라마가 나올는지도 예측 가능해진다. 통일신라 말기를 배경으로 신라 제56대 경순왕의 장남 ‘마의태자’와 고려 태조 왕건의 딸, ‘무신의 난’(1170)을 배경으로 고려 의종의 자녀와 난을 주도한 정중부의 자녀, 조선 건국기를 배경으로 고려의 충신 최영의 자녀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자녀 등, 힘들게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서자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이 펼쳐진 서기 32년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될 역사적 사건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고 보니 엄태웅, 김영철, 김 PD의 전작 ‘적도의 남자’에서도 ‘김선우’(엄태웅)의 친부가 ‘진노식 회장’(김영철)이었고, 김선우와 사랑을 주고받는 여인 ‘한지원’(이보영)은 진 회장의 배신으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화병으로 죽은 사업가의 딸이었다. 결국 이 드라마 역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사진>위부터 ‘칼과 꽃’, ‘공주의 남자’, ‘대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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