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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 무엇이 그를 단련시켰나…줄담배도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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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 무엇이 그를 단련시켰나…줄담배도 끊고
  • 김지원기자
  • 승인 2013.05.2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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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봉태규(32)는 스스로를 "순수한 남자"라고 한다. 사실인 듯하다. 몇 마디를 나누고 나면 바로 수긍할 수 있다. 크고 호탕한 목소리에는 꾸밈이 없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기운까지 감돈다. 솔직하며 또 계산하는 법도 없다.

2년반 만에 고른 작품도 봉태규를 쏙 닮았다. 때묻지 않은 무공해 영화 '미나 문방구'(감독 정익환)다. 요즘 보기 드문 전체관람가 등급인 데다 자극적인 조미료도 전혀 넣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건이 없는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다고 들었다. 하지만 사건 없는 이야기의 용기가 좋았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독특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미나문방구'는 잘나가는 구청 공무원인 30대 '강미나'(최강희)가 아버지의 허름한 문구점을 대신 운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봉태규는 '미나문방구' 앞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미나'의 초등학교 동창생 '최강호'를 연기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어릴 때 자주 갔던 학교 앞 문방구가 그대로인 것을 보고 그곳에서 추억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즐기는 해맑은 인물이다.

봉태규는 "실제로도 그러한 모습이 있다"고 인정했다. "장난감, 레고같은 블록놀이를 좋아한다. 어린이날 때 조카들 선물을 사러 마트에 갔을 때도 내가 더 설렜다. 마트에 가면 내 장난감도 한 두개씩은 꼭 산다. 레고는 지금도 가끔 한다"고 고백했다.

어린이 스무 명과 함께한 촬영에서는 "아이들이 산만한 건 당연한 것"이라고 느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내 성적표를 보면 '주의산만'이라고 적혀있다. 그때 나는 유달리 산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얌전한 아이들이 더 이상한 거였다. 그런 부분을 유추해보면 나는 평범한 아이였다"는 논리다.

또 "머리는 굉장히 좋으나 공부는 열심히 안 한다고 써있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성적도 애매했다. 못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였다. 하지만 산수나 과학은 '수'를 맞을 정도로 이과적인 부분들이 좋았다. 그래서 머리가 좋다고 단정한 것 같다. 도덕은 '미'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장영실,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시 어려서 발명가와 과학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장영실을 굉장히 존경했다."

'어른아이'같은 모습이지만 2년6개월의 공백을 겪으며 생각은 성숙했다. 계약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을 겪고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마저 잃고 난 후 더욱 단단해졌다. '실질적 가장'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봉태규는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내가 원하고 좋아서 하는 것 말고 안 좋아하는 것들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금연을 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옷 쇼핑을 절제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끊었다. 초등학교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계속 있었다. 그런 곳 아니었으면 담배를 끊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참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 너무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많았다. 대단한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부모가 있으니 좋아 보이지 않았다. 또 기본적인 것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참았다가 끊게 됐다. 많이 피울 때는 하루 한 보루까지 핀 담배였다. 금연한지 8개월 정도 된 것 같다."

봉태규는 "쉬는 동안에는 수입이 없으니 좋아하는 것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겨울에 겉옷 한 벌을 6년 동안 입었다. 수입이 없으니 사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괴로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안 쓰고 안 입자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그때 사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도 옷을 좋아할 수 있는데 괜히 구매에 집착해 괴로워해야 하나 싶었다"는 마음이다.

공백기에 대해서는 "힘든 시기가 있어 일을 할 수 없었다. 또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쉴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한 시간이 흘러가서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떠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다보니 엄마를 도와주는 시간이 많았다. 청소도 도맡아서 하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백수가 무슨…. 평소 '욱'하는 성격이 있었는데 쉬는 동안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우리 동네가 산책하기에 참 좋다"는 여유도 드러냈다.

오랜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만큼 열심히 활동할 작정이다. SBS TV 예능프로그램 '화신-마음을 지배하는자' MC가 시작이다. "사람이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니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정말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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