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는 스포츠카라는 한 세그먼트로만으로도 세계 여느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이름값을 지니고 있는 회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카 메이커인 셈이다.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는 포르쉐 엠블럼이 박힌 차량을 소유하는 것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일이다.
이런 포르쉐가 또 한 번 비약적 도약을 한 것은 '카이엔'이라는 SUV에 포르쉐 특유의 스포츠카 감성을 불어넣으면서부터다. 편안함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UV 차체에 언제 어디서건 가능한 폭발적인 달리기 성능을 녹인 것.
포르쉐의 고성능 SUV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자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 영국의 애스턴마틴 등도 각종 모터쇼에서 잇따라 자사의 SUV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양산차 개발에 서두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카이엔 중에서도 V8 4806㏄엔진이 박혀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52.5㎏·m를 자랑하는 GTS(그란 투리스모 스포츠) 모델이다. '그란 투리스모'는 장거리 주행용 고성능차를 일컫는 말이다.
차체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입체적이고 우락부락한 근육질로 이뤄졌다. 1세대 모델보다 곡선이 더 많아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포르쉐임을 알아볼 수 있는 DNA는 그대로 유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태생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면부는 고성능 차량임을 입증하는 공기 흡입구가 가득하고, 헤드램프 아래의 LED 주간 주행등은 절제된 미를 더했다. 후반부의 리어램프, 스커트, 트렁크 리드 가로핀, 듀얼 머플러, 휠 등은 블랙 색상으로 꾸며져 강인한 인상을 준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차량 내부는 각종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둘러싸였다. 천장과 도어 패널, 중앙 콘솔, 스티어링 휠 등은 알칸타라 가죽으로 감쌌다. 특히 붉은색 바늘땀으로 된 꼼꼼한 마무리와 머리받침(헤드레스트)의 GTS 이니셜은 운전자의 눈을 호화롭게 한다.
엔진을 점화하기 전 또각또각 들리는 쿼츠 무브먼트의 시계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자 엔진에서 중저음의 배기음이 쏟아진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음이 온몸이 떨리는 짜릿한 흥분감을 준다.
RPM게이지가 위로 올라갈수록 엔진 배기음은 더욱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변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차체임에도 치고 나가는 힘은 일품이다. 엑셀을 잠시만 밟고 있어도 시속 100㎞는 쉽게 넘나든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달리기 성능은 더욱 향상된다.
카이엔 GTS는 대통령 후보들이 타는 11인승 차량인 그랜드 카니발 리무진과 비슷한 2t이 넘는 육중한 무게의 차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8m에 달하는 큰 차체는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지면을 꽉 움켜잡는다.
또 고속에서 차선을 바꿀 때도, 급회전을 할 때도 풀타임 4륜구동과 구동력 제어장치,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토크 벡터링 플러스 등이 맞물려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특히 천장은 오픈카를 연상시킬 만큼 거대한 파노라마 루프로 이뤄져 있어 개방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란 투리스모를 표방하는 만큼 좌석은 스포츠 버킷시트지만 편안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뒷좌석은 좁지는 않지만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2003년 처음 카이엔이 출시되고 나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카이엔은 외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포르쉐 전체 판매량(1516대)의 55.7%(844대)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에는 연비를 대폭 향상시킨 디젤 엔진이 탑재된 카이엔S 및 터보S 모델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카이엔 GTS의 기본가격은 1억2790만원부터 시작하며, 풀옵션 모델은 1억74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