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13 16:44 (일)
철통보안 인수위…연일 웃지 못할 '출근길 전쟁' 벌어져
상태바
철통보안 인수위…연일 웃지 못할 '출근길 전쟁' 벌어져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3.01.10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인수위원들 출근시간마다 웃지 못할 광경이 매일이다시피 벌어지고 있다.

취재진들은 단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인수위원들이 연수원 사무실에 접근할때 마다 몰려들지만 정작 이들 대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줄행랑치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치열한 취재 경쟁으로 인수위원이 도착하면 기자들끼리 뒤엉켜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인수위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통보안'당부에 상당히 입조심을 하고 있어서다.

10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는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출근하는 인수위원을 기다렸으나 역시 별다른 수확(?)은 얻지 못했다.

기자들은 인수위원들에게 한마디라도 듣기위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도 인수위원들의 출근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을 피해 회의장이 위치한 별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고민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앞서 지난 7일 김현숙 여성분과위원은 자신에게 다가와 인수위 상황 등을 묻는 기자들을 피해 달리다 구두가 벗겨지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후 김 위원은 출근길 기자들을 만나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의를 진행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비켜주세요" 등 모르쇠로 일관하며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도 최근에는 말수가 줄었다. 김 간사는 지난 8일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의 소신과 진행상황 등을 대체로 상세하게 답변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김 간사는 다음날인 9일부터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 간사는 "추운데 고생하라"는 말만 기자들에게 남긴 채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지난 7일 첫 출근을 한 이래 기자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인수위 인사도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인수위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자들의 최대 관심 인물이지만 많은 질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도 기자들을 향해 "추운데 고생이 많다"는 말만 남긴채 회의장으로 향했다.

진 부위원장 역시 평소대로 "날씨도 추운데 이른 아침부터 수고 많다"라는 안부 인사 정도만 남기고 도망치듯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강석훈 국정기획분과 위원과 홍기택 경제1분과 위원 등 일부 인사들의 경우는 취재진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줘 호평을 듣기도 한다.

강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갈 것 같은가"를 묻는 질문에 "내일 업무 보고를 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되고 있는가를 정리할 것"이라며 "이날 회의는 원활한 인수인계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보고를 잘 받자는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답변하는 성의를 보여줬다.

'인수위원직 사퇴 오보' 해프닝을 겪은 홍기택 경제1분과 위원은 9일 빵모자에 청바지 차림으로 귤을 한 봉지 사들고 나타나 취재진에게 "추운데 고생이 많다"며 귤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인수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그는 이날 "사외이사 사임 의사 밝혔는데, 입장 정리를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

그는 "9일 오전 (사외이사직 겸임 논란이 일면서) 지인들이 기사를 보고 '괜찮느냐', '어떻느냐' 하니까 일에 집중이 안 됐다"며 "할 일이 굉장히 많아서 일주일 내내 구내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먹어가며 일할 정도인데, 일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비 논란을 떠나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으로 (농협금융지주)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것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연일 해프닝이 벌어지는 인수위를 향해 불통(不通)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전날 인수위에 대해 "밀봉인수위를 개통해야 한다"며 "(인수위 인사와 관련) 불통과 밀봉 인사가 우려된다. 인수위 운영도 밀봉상태로 매우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