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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콘서트 계기로 살펴본 멕시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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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콘서트 계기로 살펴본 멕시코 한류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2.09.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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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멕시코의 교류는 1905년 유카탄 반도에 한인 1033명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시작됐다. 멕시코가 6·25동란 당시 구호물자를 보내는 등 한국을 원조한 뒤 1962년 수교를 맺고 본격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1968년에는 멕시코가 개최한 제3세계 첫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한국정(韓國亭)을 선물했다.

이후 삼성·LG 등 기업을 주축으로 전기·전자 등 경제 위주로 한국을 알아가던 멕시코가 한국문화에도 주목한 시기는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직후인 2003년부터다.

멕시코 수도권 방송인 TV멕시켄세가 '별은 내 가슴에'를 스타트로 '이브의 모든 것', '겨울연가', '내 이름은 김삼순', '대장금' 등을 방송해 현지 한류바람의 계기를 마련했다. '별은 내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에 출연한 안재욱과 장동건은 톱스타가 됐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여성팬 30여명이 노 대통령의 숙소 앞에서 '안재욱·장동건을 멕시코로 보내주세요'라는 피킷을 들고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재욱의 팬클럽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10년 말 윤은혜·윤상현 주연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는 한국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멕시코 방송사와 유료 배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드라마의 바통을 이어 한류붐을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K팝이다. 멕시코에서 약 10년간 산 동포 임경진씨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그룹 '신화'를 좋아하는 소규모 팬커뮤니티 위주로 K팝에 관심을 보이던 것이 2000년대 중반 그룹 '동방신기'로 인해 열풍 수준으로 커졌다. 영상사이트 유튜브 등으로 뮤직비디오가 퍼지면서 K팝은 절정의 인기를 누리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중미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개원한 멕시코 한국문화원에서는 이달 3일부터 K팝교실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 한국문화원 서남교 원장은 "30명 정원에 20명 이상이 강의 신청을 하는 등 성황리에 진행 중"이라며 "호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동방신기에 몸담았던 그룹 'JYJ' 멤버 김준수는 멕시코에서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6일 밤 한국가수 중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의 신촌 또는 홍대앞으로 통하는 멕시코시티 콘데사의 공연장 '블랙베리 아우디토리움'에서 벌인 첫 번째 월드투어 '타란탈레그라 인 멕시코'로 3000여명이 몰렸다.

멕시코 국영TV 텔레히트 위성음악전문 케이블방송으로 중남미에서 MTV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음악 채널의 리포터 나탈리아 텔레스는 "김준수를 만나보니 상당히 유쾌하고 친근감을 주는 성격인 것 같다"며 "멕시코에 준수를 좋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멕시코 신문 엘 레포르마의 서즈 기자는 "K팝이 아직 멕시코 전반에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니아층에 형성된 문화"라면서도 "이번 김준수의 콘서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K팝을 알게 될 것 같다. 그는 노래와 퍼포먼스가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멕시코 방송사 TV아즈테카의 프로듀서 알렉시스 립퍼트는 K팝이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라며 "독특한 에너지와 끊임 없는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두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현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팝과 비교하면 "또 다른 테크닉의 진보가 눈에 띈다"며 "미국 스타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친근함이나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는 모습들이 보기에 좋다. 제한적인 규모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성장가능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는 3년 전부터 K팝의 인기를 주목했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국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멕시코에 꾸준히 한국가수들이 발길이 이어지면 K팝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차트에서 K팝을 더 알려나갈 것이고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소식 또한 자주 보도할 것이다."

김준수의 멕시코 첫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 오후 4시 멕시코시티 '파르케 멕시코' 공원에서 응원을 한 JYJ 팬클럽 회장 알레한드라 아리자노(19)는 "멕시코 내에서 팬클럽에 가입한 JYJ 팬들만 1만여명에 달한다"면서 "K팝 정식음반이 수입되지 않지만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고 한국의 친구를 통해 앨범을 구매해 듣는다. 보통 한국돈으로 3만원 정도 들고 동방신기 4집 '미로틱'은 18만원에 구입했다"고 알렸다. "슈퍼주니어와 엑소, 빅뱅, 2NE1, SS501 등이 인기가 많다"며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말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남교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멕시코 내 K팝 팬의 규모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커뮤니티 76개에 5만5000명에 달했다"며 "9월 중 한국에서 열릴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할 팀을 뽑기 위한 예선에는 67개팀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고 있다. 멕시코 과나후아토 국제영화제는 지난해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 한국영화 76편을 상영했으며 봉준호 감독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이 현지 최고 인기감독이다. 멕시코시티 예술영화전문 상영관은 그의 작품을 수차례 상영했다.

K팝을 주축으로 한 한국문화의 인기로 한국어 강좌 역시 인기다. 멕시코 한국문화원은 지난 3월 개관 때부터 학급당 30여명씩 총 5개 반의 한국어 강좌을 성황리에 열고 있다. 이와 함께 멕시코시티에만 3~4개 사설 한국어학원이 있으며 한국인 유학생에게 과외를 받는 멕시코 젊은이들이 크게늘고 있다.

한국어 과외선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명문 멕시코국립대(UNAM) 경영학과생 오민지씨는 "대학 한 클래스 60명당 최소 3~4명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크다"며 "중학교, 고등학교는 그 비율이 더 높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근석과 김현중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스타들이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여기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서 20년을 거주한 한국인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직항 비행기가 생긴다면 두 나라의 문화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양국의 FTA가 수 년내에 이뤄질 것이라 보는데 문화적인 교류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수 멕시코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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