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공기업이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양호' 판정을 받았다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대한 평가가 정부 내에서도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 객관성이 최대 장점이어야 하는 정부의 평가기준이 신뢰성에 문제를 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및 감사원,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부처마다 다른 잣대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평가해 어느 곳의 평가가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영원 사장의 자진사퇴로 이어진 한국석유공사 사례다.
강 사장은 지난 4월 감사원으로 부터 지적을 받자 돌연 사의를 표하고 휴가를 떠났다. 강 사장은 결국 15일자로 사표가 수리됐다.
강 사장은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강 대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영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16조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도 해외에서 생산한 가스와 석유를 국내로 들여온 적이 없다며 사실상 강 사장에게 낙제점을 줬다.
감사원의 이같은 평가는 하지만 석유공사가 정부의 지시대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늘리고 회사를 대형화시킨 공적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 사장은 취임 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2011년 13.7%로 끌어올렸다. 이는 8년전보다 5배 가량높은 성과다. 부채는 다소 늘었지만 2011년 매출은 8조9484억원으로 전년 7조1677억원으로 1조7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회사 볼륨도 커졌다.
이런 성과 때문인지 감사원 지적 후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가 강 사장을 따로 불러 위로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강 사장은 감사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대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것을 무리한 경영으로 몰아 부친다면 누가 책임을 지고 공기업을 경영하겠냐"며 안타까워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1년 기관경영실적평가' 결과에서도 석유공사는 기관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강 사장은 기관장평가에선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근무한 70명의 기관장중 강 사장과 같은 B등급을 받은 사람은 22명, 강 사장보다 잘해 A등급을 받은 인사는 11명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혼동을 일으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도 할말이 많다.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광물공사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아프리카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투자해 1048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모 기업에 1500억원에 대출해줬다며 문제를 삼은 바 있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김 사장이 공사 부임이후 회사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하고 해외 에너지개발에도 큰 공로를 세운 점은 왜 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감사원이 사안을 해석하면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는 감사원의 낙제점 평가에도 불구하고 재정부 경영실적평가에선 기관 평가 B등급, 기관장 평가 C등급을 받았다. 그동안 광물자원공사의 기관평가는 수년째 S등급이었다.
김신종 사장은 감사원의 이같은 감사결과에 반발,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지만 할 말은 하겠다"며 사표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광물자원공사도 모 언론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사실처럼 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했고 이를 인정치 않자 명예훼손까지 더해 재판정까지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경영평가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허위 출장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지적했지만 재정부는 기관평가에서 B를 줬고, 납품비리 사건이 터진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해서는 기관 및 기관장 평가 모두 C등급을 줘 감사원과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렸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정권말 지나치게 치적 쌓기에 몰두한다는 말도 있고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불만도 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평가가 이뤄져야 공기업이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