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의 정치활동과 조직운영에 쓰이는 정치자금은 크게 당비와 기탁금, 그리고 국고보조금으로 이뤄진다.
이 중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고보조금은 규모 면에서 당비나 기탁금을 압도한다. 선거보조금까지 합해 올해 각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상반기에만 532억7352만원에 달할 정도다.
이처럼 국고보조금이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국고보조금을 배분하는 방식이 여전히 불합리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유권자 의사 반영 못하는 '의석수 중심' 배분방식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가 균등 배분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 정당에는 국고보조금 총액의 5%씩이, 5석 미만 정당에는 국고보조금 총액의 2%씩이 배분된다.
이렇게 배분한 뒤 남은 잔여분 중 절반은 의석을 가진 정당을 대상으로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절반은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이 방식을 놓고 국회 입법조사처 김종갑 박사와 김미숙 행정사무관은 "국고보조금의 배분이 교섭단체, 의석수, 득표수 순으로 책정되는 것은 국고보조금 제도가 갖는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또 "국고보조금은 정당이 획득한 유권자의 지지에 대한 보상과 평가의 의미를 지니는데 교섭단체 결성 여부와 의석수를 득표수보다 우선적인 배분기준으로 정해놓은 것은 유권자의 지지를 공정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역구 선거에서 많은 수의 사표가 발생하는데 결국 이 사표가 보조금 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 역시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국고보조금이 유권자의 지지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란 본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거대정당에게만 유리한 현행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종갑 박사 등은 "지금처럼 단순다수제 하에서 의석수 위주로 보조금을 배분하는 것보다는 득표수를 고려해 보조금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허술한 국고보조금 회계검사
국고보조금이 회계조작이나 허위보고, 용도 변경 등 형태로 방만하게 운용돼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회계부정 사태 역시 국고보조금의 파행적 운용의 한 단면이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을 통한 회계검사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 선관위는 정당으로부터 국고보조금 집행내역을 제출받아 서면조사를 하는 데 그치고 있고 실제 보조금 집행내역에 대한 실지조사 역시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도 선관위 재무감사를 통해 국고보조금 지급내역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와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뤄야한다고 보고 있다.
김 박사 등은 "현재 선택적으로 행하고 있는 실지조사를 선관위와 감사원이 분담해 모든 정당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며 "이 방안이 실현되면 국고보조금 회계검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빛 좋은 개살구 된 여성추천보조금·장애인추천보조금
여성추천보조금과 장애인추천보조금 배분방식 역시 손을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한 정당이 일단 여성 또는 장애인 후보자를 각각 30%와 5% 이상 추천해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실제 추천자 수와 상관없이 정당 의석수와 득표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배분하고 있다.
김 박사 등은 "여성추천보조금과 장애인추천보조금이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과 장애인의 정치권 진입을 쉽게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배분방식도 합목적적이어야 한다"며 "조건 충족 방식이 아닌 정당이 실제로 추천한 후보자의 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