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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에서 '용두사미'로…檢, 변죽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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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에서 '용두사미'로…檢, 변죽만 울렸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12.06.1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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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안팎에서 숱한 의혹을 낳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가 결국 '깃털'만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끝을 맺었다.

검찰은 2년 전과 다름없는 부실 수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선 검찰의 수사결과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90여일에 걸쳐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특정 인물들이 권한을 남용, 비선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민간인 등에 대해 사찰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사즉생 각오의 결과는 용두사미?…부실수사 논란 불가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불법 사찰의 '윗선'으로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증거인멸의 '몸통'으로는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구속 기소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인규(56·재판중) 전 공직윤리지원관,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과 진경락(45·구속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3개월에 걸친 재수사의 성과를 꼽자면 영포라인과 정권의 핵심실세인 박영준 전 차관이 불법 사찰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울산시가 발주한 울주군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S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고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울산시와 경쟁업체 T사에 대한 불법 사찰한 지시한 혐의가 있다.

2010년 1차 수사당시 사법처리 되지 않았던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역시 증거인멸 등에 개입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 1차 수사에서 증거인멸 혐의로 사법처리 된 진 전 과장은 불법 사찰과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이 확인됐고, 이인규 전 지원관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또 비선보고 라인으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또는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박영준 전 국무차장(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를 확인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전 비서관은 약 260여건, 박 전 차관은 약 40여건에 대한 '비선 보고'를 받았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은 직제상 직속상관인 사회정책수석을 배제한 채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감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은 정식보고 계통인 민정수석실에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감찰 내용 등 일반적인 공직기강 관련 사항만을 보고토록 했다"며 "특별 감찰 활동은 비선을 통해 별도 보고를 받는 등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의 줄기를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청와대로 의심되는 배후세력을 캐는데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물을 놓고 검찰이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짙은 청와대 내부의 '몸통'을 밝히지 못한 채 서둘러 수사를 접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팽배하다.

◇검찰, 이번에도 靑 '봐주기 수사' 논란

검찰은 1차 수사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문건과 업무수첩에서 'B·H(청와대) 하명'이라는 메모 등을 발견했지만 청와대의 개입을 규명하지 못했다.

2년만의 재수사는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 내부에서 누구를 통해 어떤 식으로 간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었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와 김경동 전 주무관의 휴대용 저장장치(USB) 등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자료 500여건의 사찰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단순 동향보고나 파일에 제목만 기재돼있을 뿐 충분한 물증이나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 사찰을 추가로 캐내지 못했다.

청와대는 증거인멸을 위한 입막음 돈을 건네거나 수사상황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짙다. 비선보고도 의심받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의 역량보다 수사의지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인물에 대해선 저(低)자세의 수사태도로 일관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저녁 늦게 장석명(48)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진모(46·현 서울고검 검사)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을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전·현직 청와대 출신에 대해 일종의 예우를 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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