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아닌 제30회 런던올림픽(7월27일~8월12일)이 다가올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한창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런던올림픽 이후에 경선을 치러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선의 당사자인 예비주자들은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최근 뉴시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 이어 12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 인터뷰에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올림픽 기간에 경선을 치르는 것은 옳지 않다. 최소한 올림픽이 지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올림픽 이후 경선을 치를 것을 당에 재차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조경태 의원 역시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에서 "지금 당원들과 국민들은 대략적으로 (올림픽이 끝나는)8월말쯤으로 예측하고 있다. 런던올림픽과 함께 이번 경선이 아주 공명정대하고 민주적으로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올림픽 후 경선이 치러지길 기대했다.
본인들이 직접 출전할 것도 아니면서 왜 대선주자들이 이처럼 올림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올림픽의 '매체장악력'이다. 올림픽이 열리면 대선후보 경선쯤은 국민의 관심사와 언론보도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학과 교수는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다. 지구상에서 올림픽 중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라며 "올림픽이 열리면 국민들이 올림픽 외에 다른 건 안 쳐다볼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에 관심이 없으면 대화에 못 낄 정도니까. 자칫 대선후보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올림픽에 관심을 두는 이유 역시 분석했다.
그는 "임 전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갔다 왔기 때문에 스포츠 애국주의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다"며 "방송 3사가 아침부터 올림픽 메달만 보도하면 다른 것을 모두 휩쓸어버릴 가능성이 있음을 간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조선일보 1면에 실렸고 여론이 개선됐다"며 "베이징올림픽이 (촛불집회로 궁지에 몰렸던)이명박 정권을 살린 셈"이라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를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 자체의 '정치성'에도 주목한다.
올림픽 메달 수가 올라가면 여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한국 특유의 사회현상이다.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대통령이라도 스포츠를 이용할 것"이라며 "안 하는 게 바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올림픽 자체의 정치성 때문에 이번 올림픽 결과가 대선후보 경선, 나아가 연말 대선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체육 분야 학회장은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는 주축들이 결국 집권당 소속 사람들이니 아무래도 메달을 많이 따고 결과가 좋으면 집권당이 좋은 평을 듣게 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한국처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에서는 다른 민족을 이기면 우리 민족이 우월하다는 사상, 감정, 이데올로기를 구축해 (구성원들에게)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우수성을 나타냄으로써 위정자들은 세를 확장시키는 기회를 확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광역시나 도의 단체장들이 체전 순위를 신경 쓰고 여러 종목 선수단에 투자하는 것 역시 '스포츠와 리더십의 연계'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