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공항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의 의지가 하나될 때 불가능은 가능으로 바뀌는거니까요."
한 때 잘나가던 경남 사천공항이 ‘폐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사천공항을 살리겠다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국공항공사 사천지사 안종현(60) 지사장이다.
그는 퇴임을 얼마 앞둔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다. 이곳 사천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사천과 인연이 깊은 것도 아니다.
그저 사천공항이 처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해야 할 사람들이 뒷짐만 지고 있으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될 법도 했다. 누구 한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한다고 나무랄 수 있는 이는 없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자신의 공무원 인생을 마감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눈에 비친 사천공항의 안타까운 현실과 지자체의 '나 몰라라'식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그를 새로운 ‘전쟁터’로 내몰았다.
‘사천공항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그는 늘 생각했다.
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공항에 관련된 업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공무원 중에 한사람이다.
지사장으로 부임한 뒤 사천공항이 가지고 있는 주변 여건은 물론 충분한 인프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 폐쇄를 걱정해야하는 작금의 현실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섰다. 팔짱만 낀 채 말로만 걱정하는 지자체를 믿기보단 사천공항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대책이 마련될 것만 같았다.
그는 우선 자신의 뜻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은 언론이라 판단했다.
지금껏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천공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충분히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근거들을 토대로 적극적인 언론홍보에 나섰다.
비관적인 시선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사천상공회의소가 ‘사천국제공항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해 방향을 제시했다. 경남도민 뿐만 아니라 경남도와 사천시, 인근 지자체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모 항공사가 사천↔제주노선에 소형항공기를 운항하면서 사천공항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소형항공기의 운항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됐다. 완벽한 준비없이 시작된 것이었기에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항공기 운항도 없던 일이 됐고 불과 몇 달전 달아오르던 공황활성화에 대한 관심들은 어느듯 식어가고 있다.
개인이나 지자체의 절박함이 아니기에 이 일이 그 만큼 힘들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마음이 급하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들을 붙잡아 놓고 싶은 심정이 갈 수록 깊어진다.
올해 말이면 그는 청춘과 맞바꾼 공직생활을 끝내야 한다. 뒤돌아 보면 후회스런 날은 없었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다짐했던 한 가지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퇴직을 얼마 앞두면 ‘대충’이란 단어가 떠오르기 마련인 데 그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천공항 활성화를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개월. 미친 듯이 그길을 달려왔건만 아직 그가 추진하고 끝을 봐야할 일들은 산더미같이 많다.
"사천공항 국제선이 뜨고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날이 과연 올까요?"란 질문에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중국의 항공사와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의지이다. 사천시와 인근 지자체, 그리고 경남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사천공항은 절대 되살아 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때 서부경남의 ‘허브’로 각광받던 사천공항이 조금씩 쇠퇴의 길을 걷고 있어도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은 뒷짐을 지고 있었지만 한 ‘이방인’의 열정이 죽어가는 공항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퇴직을 하고 이곳을 떠나더라도 사천공항에 국제선 비행가 떠다니는 모습이 현실이 되길 기도할 것"이란 안종현 지사장.
그가 있어 어둡던 사천공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