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해 민주당과 민노당으로부터 업무상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이명박 대통령 등 7명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는 매듭지어졌지만 숱한 의혹들이 남아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줄곧 머무를 사저를 왜 아들 명의로 매입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선 이를 편법 상속으로 해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통령 대신 아들 명의로 사저부지 매입하는 방안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의 제안으로 결정됐다.
대통령이 거주할 곳이 알려지면 매도인이 감정가나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우려에서 아들을 계약자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경호처가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 부근에 경호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을 당시 매도자가 시가보다 5배나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협상 끝에 감정가의 2배에 가까운 가격에 사들였다.
대통령 사저와 관련된 경호시설은 보안을 극도로 중시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번 거래에서도 매도인 유모씨는 계약 당일 자신이 매도할 토지에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 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경호처장이 대통령에게 계약서에 (대통령)이름이 들어가면 주변에 소문이 나니 아들 이름으로 계약하고 나중에 명의를 이전하시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며 "대통령이 수락해서 시형씨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형씨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상속을 변칙적으로 한 것이 입증돼야하지만, 내곡동 부지는 그런 의도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훗날 매입을 염두하고 '잠시' 아들 명의로 사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형씨는 모친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토지를 담보로 본인 명의로 6억원을 대출받고 친지로부터 6억원을 빌려 매매대금을 조달한 후 본인 명의로 매수해 등기한 것"이라며 "비록 영부인의 부동산을 담보로 하긴했으나 시형씨 명의로 대출이 이뤄졌고 차용금도 시형씨 명의로 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금의 이자와 취득세와 등록세도 시형씨가 모두 납부한 것이어서 형식적으로 실질적으로 시형씨가 매수한 것이므로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 대신 내곡동에 새로 사저를 짓는 것도 논란이 일었다. 내곡동 부지는 보금자리주택지가 위치해 향후 투기 우려 지역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처장은 검찰조사에서 대통령이 현재 소유한 논현동 자택에 퇴임 후 머무를 경우 경호시설 예산으로는 논현동에 경호시설을 마련할 수 없어 한정된 예산범위 내에서 사저의 위치를 물색하다 내곡동을 선택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직장생활 3년차인 시형씨가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마련한 과정도 석연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금은 총 54억원으로 청와대가 42억8000만원을,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을 각각 부담했다. 총 9필지(2605.12㎡) 가운데 3필지(849.64㎡)가 시형씨와 청와대 대통령실의 공유지분 형태로 돼있었다.
시형씨는 매입금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청와대 지점)에서 부모 소유의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았고, 큰아버지인 이상은씨로부터 6억원을 차입해 모두 12억원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내곡동 3필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수하면서 청와대 측이 더 만은 부담금을 지불해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 조사에서도 시형씨가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20.74%의 구입비를 낸 대통령 아들이 54%의 지분을 가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시형씨가 세무 신고대로 하면 6억900만원 정도 이익을 얻었다"며 "다만 감정가나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면 차액이 6억원~8억원 사이인데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누구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다. 시형씨가 이득을 본 건 맞지만 매매금액 산정과정이나 범의를 따져 볼 때 배임혐의가 인정이 안 돼 형사처벌은 어렵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처장과 김 전 처장이 계약직으로 채용한 김태환씨가 실무를 맡았는데 총 54억원 중 이시형씨 소유 3필지의 공유지분에 대한 매매가액을 정함에 있어서 지가 상승요인 및 주변시세를 감안한 나름의 기준으로 토지를 평가하고 그 내용에 따라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매매금액을 배분한 이상 업무상 배임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처장과 김태환씨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매매대금을 분배했고, 고의로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에게는 손해를 가하려고 한 것은 아니므로 배임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