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가 1년째 동결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통화당국의 하반기 금리정책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로존 등의 대외 불확실성이 이달내 완화되면서 '금리동결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가계부채 증가 및 경기둔화 확산 등을 바탕으로 '연내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 것.
금리 동결 가능성을 주장하는 측은 리먼사태이후 글로벌 정책공조 시스템이 짜여져 있어 위기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2010년 이후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은 상품가격, 경기부양책, 유로존 리스크 등 3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됐다"며 "최근 상품가격 하락과 중국의 부양책, 유로존내 일부 성장촉진책 도입 등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상품가격 및 경기부양책 여건은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이어 "유로존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각국은 위험이 커질 때마다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고비를 넘겨왔다"며 " 그리스와 스페인 관련 불확실성은 6월 중순 이후에는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연구원은 따라서 "비상대책 차원의 금리인하 논의는 가능하지만 연내 정책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쪽에선 정부의 위기의식 수위와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해 빠르면 7월중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한층 높아지면서 당분간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경기둔화가 어떤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 뒤 이르면 하반기 성장전망이 발표되는 7월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 역시 "이미 정부는 경제상황에 대해 대공황을 우려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높아졌으며, 한국은행도 악화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내 통화정책 효과 시차를 고려하면 빠른 금리인상이 바람직하다. 이르면 7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측의 주장과 달리 하반기 금리 정책은 유로존과 미국의 정책선택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이달 내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적인 정책 대응에 따라 우리 정부의 금리 정책이 결정될 것이란 이야기다.
KTB투자증권 정성욱 연구원은 "정보 접근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국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경제 또는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독자적 판단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키(key)를 쥐고 있는 것은 유럽과 미국"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6월 그리스 총선과 스페인 은행 위기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해법 도출 여부 등 남아 있는 유럽의 일정들이 국내 통화당국의 하반기 수정전망 및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