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800선을 찍는 급락장세를 기록하자 연기금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가장 확실한 '벨류에이션 투자가'로 불리는 연기금의 등판에 따라 서울증시가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벨류에이션 투자가' 연기금
연기금은 연금제도에 의해 모여진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을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 등이 있다.
연기금은 증권가에서 '벨류에이션 투자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주식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가장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가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이를 연기금만큼 잘 실천하는 투자가는 드물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을 놓고 '구원투수', '소방수' 등으로 부르기고 한다. 주식이 급락했을 때 저가매수에 나서 '급한 불'을 꺼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폭락장에서 연기금은 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연기금이 사들인 주식은 9조원. 같은 기간동안 외국인이 7조억원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때 코스피가 1800 초반 선이었다.
그리고 연기금이 순매도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은 올해 초다. 올해 초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상승랠리를 펼치자 연기금은 주식을 슬그머니 팔아치웠다. 코스피가 상승하던 1분기에 연기금이 팔아치운 주식은 1조4000억원이다.
◇연기금 올해 얼마나 살 수 있나? "최소 5~7조"
그렇다면 연기금의 매수여력은 얼마나 될까?
증권가에서는 최소 5~7조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기금이 매수한 주식이 12조원인데, 올해 1분기 매수규모가 3000억대에 불과해 상당한 여력이 쌓였다고 보는 것이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지금 지수를 봤을 때 올해 최대한 6조원 정도로 (매수여력을) 추정하고 있다"며 "지난년 매수규모, 올해 매수예정규모, 상반기 집행 규모 등을 다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반등하게 되면 연말까지 10조원 이상에서 20조원까지도 연기금이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은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연기금, 언제 등판할까?
그러나 현재 연기금은 머뭇거리고 있다. 5월동안 연기금이 사들인 주식은 2500억원. 같은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의 1/10에 불과하다. 현재 장세가 '쌀 때 산다'는 패턴에 맞는 것인지 돌다리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신영증권 한주성 선임연구위원은 "연기금의 매물 패턴을 보면 급락국면에서 대량 사고 회복하면 청산한다"며 "수익성 높게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2008년 리먼사태,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최근 몇 개월 그리스 우려로 지수가 빠지자 매수하는 반복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현 연구원은 "연기금이 5월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졌지만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확인하고 매수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금융투자부 관계자는 "유럽시장 변동성 커서 당분간은 자금집행 계획은 갖고 있는게 없다"며 "시장상황을 지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은 지난해부터 들고 있었던 95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학연금 투자전략팀 관계자도 "6월말까지는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일단 계획은 꾸준히 집행하는 것이지만 시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