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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찾아볼까, 기대도 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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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찾아볼까, 기대도 안했는데…"
  • 오종택 기자
  • 승인 2012.05.2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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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어 통일이나 되면 찾아볼까 했지 기대도 생각도 못했다."

6·25전쟁 중 북한지역에서 전사해 반세기 넘게 북녘 땅에 묻혀 있다 미국을 거쳐 유해로 돌아온 고 이갑수·김용수 일병의 유족들은 여전히 혈육의 유해를 찾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은 듯 했다.

이들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기 하루 전인 24일 유족들을 서울국립현충원내에 위치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만났다.

각각 4살과 8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이 일병의 아들 이영찬(65)씨와 딸 이숙자(69)씨에게 아버지가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영찬씨는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도 없으니 아버지 이름도 모른다. 멀리서 전사하신 걸로 알고 있어서 전혀 기대도 안했다"면서 "통일이 되면 그때서나 찾아볼까 하고 있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딸 숙자씨는 어린 나이였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숙자씨는 "아버지 키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가 오면 진흙탕 길을 나를 업고 학교에 등교시켜주고 잘 업고 다니셨다"며 "날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 동안 아버지가 전사한 날짜도 몰라 제사조차 기낼 수 없던 이들은 현충일이 다가오는 이맘때면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영찬씨는 "전사통지서에는 OO지구에 OO일 전사라고 기록되어 있어 언제 돌아가신지 몰라 제사도 못 지내고 있었다"면서 "현충일때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도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김용수 일병의 큰 조카인 김해승(54)씨는 "기적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면서 "2년 전에 부친이 DNA(유전자) 채취를 의뢰했는데 작년에 돌아가셔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게 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해승씨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김 일병)가 함께 입대를 했는데 아버지가 후방으로 같이 가자고 했더니 작은아버님이 '형님은 내려가 집을 지켜라. 나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영특하고 잘생겼고 헌신적인 분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힘써준 유해발굴감식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북한지역에 묻혀 있는 국군 전사자 유해가 하루빨리 수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찬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게 됐다"며 "일부 유해가 북한에 있다는데 그걸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갑수·김용수 일병은 6·25 전쟁 당시 미군 카투사에 배속됐다가 장진호 전투 등 북한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들의 유해는 미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가 북한지역에서 발굴해 아시아인으로 확인한 유해를 대상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미JPAC과 합동감식을 통해 국군전사자로 최종 확인했다.

이들의 유해를 포함해 함께 발굴된 국군전사자 유해 12는 공군 특별수송기 편으로 25일 오전 하와이에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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