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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소통·민생' 정치로끝]국민아픔 돌보는 국회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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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소통·민생' 정치로끝]국민아픔 돌보는 국회 되라
  • 박성완 기자
  • 승인 2012.05.25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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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아픔·상처 치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적극 나와야

아시아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초,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탁했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곧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퍼질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후 13년이 지났다.

한국은 명실공히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온기'는 여전히 한 곳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이 수출 이익을 챙기는 동안 골목 상권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사회 양극화는 중산층에게마저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종로에서 양복지 도매업에 종사하는 박모(58)씨는 "경제 위기에 빠진 국가를 살리겠다고 금까지 모았던 국민인데 이쯤되면 억울할 만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복지를 비롯한 '민생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것도 이같은 억울함이 배경에 깔려있다.

국민들 대다수는 국회가 '가진자'보다는 진정 국민, 서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국민을 위한'역할을 해주길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고장난 '난방구조' 고쳐주길 바라…

1년 간 대기업 취업준비생 생활을 거쳐 지난달 중소 인터넷 포털회사에 입사한 김모(28)씨는 "젊은이들이 대기업 입사에 의존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된 직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이 잘나가면 명문대학 입학·스펙쌓기·대기업 입사 '붐'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문제를 정치가 어느정도 풀 수 있다고 믿고, 풀어주길 바라지만 서로 비난일색인 정치인들을 보면 등을 돌리게 된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이 내게 도움이 되겠나. 결국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이모(47·여)씨는 "남편이 정육점을 운영하는데 손님이 별로 없다"며 "안 되면 뭐 남는 고기로 국이라도 끓여먹으면 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나아지는 것은 없다"며 "하루종일 일한 만큼, 돈 좀 많이 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정치는 다양한 계층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 채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던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가 18대 국회다. 109건의 법안이 직권상정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나라살림 계획인 예산안은 4년 내내 단독처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최루탄까지 터지기도 했다. 이로인해 정치권 내에서도 "사상 최악의 몸싸움 국회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처럼 합의 대신 힘의 논리로 작동하는 '야생 국회'가 이어지면서 한 쪽의 의견이 관철되면 다른 쪽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성장의 온기가 '아랫목'에 머무는 데 국회가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진자와 특정 이익집단의 논리에 휘둘려 대다수 서민들을 배려하지 않고 있는 경제·사회 시스템, 즉 '고장난 난방구조'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식국회'를 원한다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모습은 상식선에 머문다. 많은 이들이 공약준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 등 정치인이 본분을 지킬 것을 바랐다.

대학생 권모(28)씨는 "국회의원이 더이상 떡볶이는 먹지 않았으면 한다. 진부하다"며 "그 시간에 지킬 수 있는 공약을 치밀하게 연구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이 쉽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중요한 삶의 문제"라며 "괜한 '희망고문'시키지 말고, 정말 실현가능한 약속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가장 많았던 의견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대학생 김모(26·여)씨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최루탄이 터진 것이 기억에 남는다. 보는 것 자체 만으로도 피곤했다"며 "욕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몸싸움 방지법이 통과된 만큼, 이제는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며 "그들이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지 않나. 그게 바로 민생 살리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의사 윤모(34)씨도 "싸우고 헐뜯으라고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잖나"라며 "그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상대 국회의원을 지지해 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서로 어느정도 양보하면 다 잃어버리는 쪽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의원 소신·합의정신 바탕 국민 위한 국회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고장난 난방구조를 풀어줄 상식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 선진화법' 등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국회를 만들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윤희웅 실장은 "선진화 법 등 제도는 완벽하지 않기에 합의를 위한 자율적인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화법이 통과되면 최루탄·해머로 상징되는 폭력사태는 이전에 비해 줄어들 것이 확실해보인다"면서도 "(하지만)여야가 대립하면서 실제적으로 법안통과가 더 어려워 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싸우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당론에 위배되더라도 소신있게 투표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국회는 당론에 얽매이는 정당규율이 과도하게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론과 상관없이 투표하는 크로스보팅이 활성화 돼야 하는데, 이는 제도가 아니다. 그냥 의원들이 하면되는데 당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국회에서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의원들의 노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대 국회에서는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복지 문제를 비롯한 경제 문제는 합의 없이 풀기 힘든 문제"라며 "김대중 정부 당시 노사정 위원회처럼 다양한 주체들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절차를 기초해서 논의한다면 입법과정에서의 논쟁은 있겠지만, '해머 싸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9대 국회는 6월 5일 개원예정이다. 과연 19대 국회는 과거 국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흔히 민주주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오케스트라의 성패는 서로 다른 음의 조화로 결정되듯, 민주주의 역시 서로 다른 이들의 조화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완성된 '화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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