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헌법상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권력기관이다. 국회를 행정부보다 앞서 제3장에 규정한 것도 입법부가 으뜸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린다고 추산한다.
◇국회의원 연봉 1억3000만원…철도·선박 무료 이용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대표적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국회의원은 정부에 질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예산안 심의 확정 및 결산 심사권, 정부 공공기관 국정감사권, 주요 사안의 청문회 개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권, 헌법·법률 제정 및 개정권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의원들에게는 국회법에 따라 직무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당도 지급된다. 일반 수당은 한 달에 1031만원 정도 지급되는데,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1억3000만원을 넘게 된다. 특별활동비는 회기 중 일당의 형식으로 지급된다.
또 국회의원은 연간 정책홍보물 발행비로 2000만원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차량유지비·통신비·사무실 운영비 등은 별도로, 한 달에 1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국회법 31조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국유재산인 철도·선박·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돕는 보좌관도 둘 수 있다. 직원은 보좌관 2명과 비서관 2명, 그리고 비서 5명 등 총 9명을 지원받을 수 있다.
19대 국회부터는 의원 사무실도 45평으로 넓어진다. 기존 25평의 사무실에 비해 2배가량 넓어진 셈이다.
◇'폭력국회' 오명에도 밥그릇 챙기기 '혈안'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특히 18대 국회는 정치는 실종되고 막말과 폭력이 앞서면서 폭력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의원들이 당리당략과 이기주의에 휘말린 탓에 생산적인 국정논의의 장이 돼야할 국회가 정쟁과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마당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국회 상임위에서는 전기톱과 해머, 소방호스가 등장했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이 난투극을 벌이면서 'K-1 격투기 국회'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급기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민들에게 국회는 당리당략만 쫓는 정치꾼들의 싸움터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불거지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한층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의원들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헌정회육성법 개정안 통과로 거센 비난에 휩싸인 국회는 이번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의원 증원 자체가 국민적 요구나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현역 의원 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야합에서 비롯된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스웨덴 국회의원, 보좌관도 관용차도 없이…
고개를 돌려 다른 나라를 보면 일반인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국회의원들도 있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일반 노동자 보다 훨씬 많은 주당 80시간의 노동을 한다. 관용차도 없이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급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80% 수준을 받으면서 개인 비서나 보좌관도 없이 모든 일정을 국회의원 스스로가 관리한다.
권리는 적고 의무는 많은 스웨덴 국회의원은 투철한 봉사정신이 없다면 선택하기 어려운 직업일 것이다.
물론 스웨덴과 우리나라 국회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따른다. 두 나라의 사회 분위기나 정치 현실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진영 박사는 "단순히 외국은 이런데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린다고 하는데 사실 공식적으로 카운트된 바도 없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특권을 무조건 폄훼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권만 누리려는 '무소불위'의 이미지 스스로 개선해야
하지만 우리 국회의원들 모습은 국민들에게 사실상 '무소불위'에 가까운 이미지를 던져 주고 있다. 할일은 제대로 안하고 싸움질과 특권만 누리는 모습인 것이다.
게다가 부도덕한 행동 등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더라도, 근거없는 폭로를 쏟아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더라도 면책, 불체포 특권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의원들 스스로 '제식구 감싸는'의리(?)로 똘똘 뭉쳐 있어 자정하지도 못한다.
그런 탓에 국민들에게 비치는 국회의원의 특권은 '존중되지 않는' 절대권력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여야가 매번 선거때마다 외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의원, 국회'가 되려면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과 노력을 해야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국회의원 스스로가 특권을 가급적 내려놓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를 앞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미국과 일본처럼 의원 세비를 스스로 깎는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먼저 희생하자"고 촉구했다.
특권을 버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특권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쟁과 폭력이 없이 여야간 대화와 소통이 주가 되는 19대 국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