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은 17일 오전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에 따른 유로존 위기와 관련,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획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과 금융위원회 추경호 부위원장, 한국은행 박원식 부총재, 금융감독원 최수현 수석부원장은 이날 오전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고 실물경제도 이상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재정부가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식·채권·외환시장에서의 자금유출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엄격한 기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속하는 한편 차입금 만기일정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리스 사태 진전 등 유럽 정치·경제상황 변화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아울러 유럽 사태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회복 흐름이 위축되지 않도록 투자·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미세조정 노력을 강화키로 했다.
신제윤 차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6월 그리스 재선거 등으로 유럽발 정치불안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 경제의 양호한 외환 유동성 여건, 충분한 외환 보유고, 건전한 대응능력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차관은 특히 "최근 국내금융시장 불안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교해 볼 때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한·중, 한·일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선제적인 조치로 우리나라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었으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우리 경제가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로존 재정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이슈인 만큼 향후 전개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스 등 유럽재정위기의 향방이 불확실하고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발생하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컨티전시플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국제금융시장을 보면 최근 그리스의 연정구성 실패로 유로존 탈퇴가능성이 제시되는 등 유럽발 정치불안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하락 미국·독일 국채금리 하락, 재정위기국 국채금리 상승, 달러 강세, 유로화 약세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외화차입 여건은 양호한 상태이고 외환채가산금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소폭상승했으나 2011년 고조됐을 당시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중장기 조달수준이 양호하기 때문"이라며 "외화자금이 풍부하고 충분한 외환 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대응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1, 3월 중에 대규모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4월 이후 순매도세로 전환했고 5월 들어서도 매도세가 확대됐으나 채권시장은 건전한 펀더멘털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금리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으며 외국인 수지도 양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