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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정황 포착... 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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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정황 포착... 검찰 수사
  • 박경순 기자
  • 승인 2018.12.1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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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美 소고기 촛불집회 때 블랙리스트 작성
인권위 독립성 훼손 등 직권남용 수사 의뢰 방침
▲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명박(77)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가 인권위에 소속된 일부 진보 성향 인사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에 대한 축출 지시까지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인권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 “인권위가 2008년 10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두고 경찰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후에 블랙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게 있고, 2009년과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과거 청와대가 인권위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인권위 스스로 인권 침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올해 7~11월 자체 진상조사를 해왔다.

그 결과 “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 업무활동(직권조사·경찰징계 등 권고)에 대해 불만을 가진 MB정부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고, 인권위 조직 축소(44명 감축)를 통해 직원들을 관리하고자 작성·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와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 축소는 명단 포함자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한계 등으로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권위가 독립적 인권 보장 기구로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2010년 12월 우동민 활동가가 인권위 점거 농성 중 쓰러져 다음 해 1월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 스스로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인정했다.

이른바 ‘장애인 인권 활동가 인권 침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0년 11~1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인권위 청사를 점거 농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농성장에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우동민 활동가는 농성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인권위는 “인권위가 활동 보조 지원을 받을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 등을 소홀이 해 우 활동가를 비롯한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상조사에서 우 활동가의 사망이 인권위 청사 내 농성 참여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인권위 조치가 우 활동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 옹호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명과 책무가 있는 기관이 인권침해행위를 했고, 지난 8년 간 이에 대한 진상 파악 없이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라며 “이에 인권활동가, 우 활동가 유족, 그리고 국민께 사과하고, 향후 우 활동가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및 인권위 차원의 인권 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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