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견제 시작한 안희정, 당내 새로운 주자로 설 기회

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을 빌미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총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의 파장으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손익계산도 달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일단 야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이번 파문으로 가장 큰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 전 대표의 위기는 다른 야권 잠룡에게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새누리당의 공격을 '철 지난 이념 공세'라고 규정하며 반박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문 전 대표의 위기 상황을 즐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 전 대표가 흔들리면 흔들릴 수록 같은 친노그룹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겐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의 최대 세력인 친노가 자신에게 지지를 보낼 수도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친노의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은 안 지사와 같은 충남 출신이다. 이 의원은 특히 문 전 대표와 지난 총선의 공천 배제 문제로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다. 만일 문 전 대표가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면 이 의원은 언제라도 안 지사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안 지사도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안 지사는 17일 "문 전 대표는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이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로 병풍이 돼주겠다는 생각에 등 떠밀려 정치를 시작했다"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면 그 이상 자세가 필요하며 스스로 깊은 고해성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문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하고 있다.
강진에 머물다 20일 상경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흔들릴 수록 호남의 지지세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호남이 문 전 대표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외에 다른 후보감을 물색한다면 자신이 0순위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전남 강진에서 2년 동안 기거하며 호남 민심과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이낙연 전남지사의 공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경 시기도 문 전 대표가 흔들리고 있는 이 때로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이번 파문은 호재로 작용한다. 야권 주자 경쟁에서 문 전 대표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 후보 지지율도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은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진실을 밝히라"며 직접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들 외에 야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에게도 이번 파문은 나쁘지 않은 소재다. 직접적인 이득으로 작용할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야권 판세가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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