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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이동' 시작…지진 소식에 불안감도 깃든 귀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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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이동' 시작…지진 소식에 불안감도 깃든 귀성길
  • 송경진 기자
  • 승인 2016.09.1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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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기차역과 터미널은 귀성객들로 붐볐다.

명절이 주는 설렘과 함께 역대 최강 지진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귀성객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선물 보따리를 든 귀성 인파가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매표소마다 표를 사려는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고, 대합실 의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승차권 인증 사진을 찍고 있던 대학생 최혜영(23·여)씨는 "방학 때 고향 집에서 머물다 개강으로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돼 이번 귀성은 포기하려 했다"면서도 "오늘 수업도 없어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주 만나지 못한 자식들을 보고 싶어 역귀성에 나선 어르신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왔다는 이호진(71)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아들이 직장 때문에 못 온다고 하더라. 힘들긴 해도 손주를 오랜만에 본다니 벌써 좋네"라고 말했다.

귀성객들은 큰 동요 없이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강진에 불안감이 역력한 표정도 보였다. 휴대전화를 수시로 들여다보는가 하면 역 내 텔레비전 앞에 모여 뉴스를 지켜봤다.

부산으로 간다는 직장인 박모(43)씨는 "설렘 속에 편안히 떠나야 할 여정이 걱정되긴 처음"이라면서 "남부 지방은 흔들림이 심했다던데, 어머니가 별일 없다고는 얘기하셨지만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했다. 더 큰 지진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언급했다.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도 이른 귀성길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차편에 입석만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구하려는 시민들로 매표소 앞에 수십 명이 몰렸다.

차에 오르기 전 끼니를 챙기는 사람들로 인근 식당엔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간이매점에도 주먹밥, 도시락 등을 사려는 귀성객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저마다 꽃바구니, 명절 선물세트, 케이크 등을 들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기차에 오르기 전 마지막 선물을 사려는 귀성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 30대 남성은 중소기업상품관에서 들기름세트, 나물세트 등을 눈여겨보며 신중히 선물을 고르기도 했다.

경기 연천에서 복무 중인 박모(22) 상병은 "모처럼 10박 휴가를 받아 고향인 울산에 내려가게 됐다. 부모님을 뵙는 것도 기대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놀 생각을 하니 들뜬다"고 했다.

경부선에 오르는 시민들은 지진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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